"머리는 폼이냐"... 직장 내 괴롭힘 35%는 상사의 '언어폭력'

입력
2022.06.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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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내 앞에서 핸드폰 들고 일하면 죽여버린다."

신입사원 A씨가 지난달 회사 사장에게 들은 말이다. 회의 도중 함수를 물어봐서 스마트폰으로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이런 호통이 돌아왔다. 사장은 이후에도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너 같은 ** 처음 본다" 등의 욕설을 계속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례 가운데 폭언이나 모욕, 명예훼손 등 상사의 언어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35%로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94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은 513건으로 54.3%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모욕·명예훼손이 179건으로 34.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직장인 23.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는데 이 가운데 '모욕∙명예훼손'이 15.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일부 피해자들 중에는 심하게 모욕을 당한 후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정신과에서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진단을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직장 상사의 세 치 혀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어폭력을 당한 직장인들 중에는 정신과 치료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에 다니는 B씨는 "소장님이 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폭언과 짜증을 쏟아낸다"며 "욕을 심하게 들은 날은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위는 현행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서 모욕적인 언행을 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가 가능하다. 실제로 법원이 직원에게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라는 말을 한 상사에 대해 "상사의 행위는 통상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의 범위를 넘어 굴욕감, 모욕감을 줬다"며 5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다. 욕설을 하지 않아도 모욕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직장갑질119 강민주 노무사는 "언어폭력은 직접적인 폭력 행위가 없고 즉각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제기를 쉽게 하지 못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신고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기업은 언어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예방교육과 조직문화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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