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번엔 단거리탄만 8발... 공격 수단 다양화 이어 '방식' 변화 꾀해

입력
2022.06.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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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23~25 시리즈 등 '섞어 쏘기' 추정
소형핵탄두 입증하면 '전술핵' 위협 증가
"단, 한미 해상훈련 대응으론 기술 부족"

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무더기 시험발사한 북한의 도발은 ‘8발’이라는 숫자만 보면 핵투발 수단을 다변화해 한미의 방어망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올 들어 여러 공격 수단을 선보인 만큼, 이제 ‘도발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무기체계는 모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해 위력도 상당하다. 다만 적어도 한 차례 쏘아 올린 미사일을 다시 발사해 획기적 기술적 진전은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쏜 SRBM 8발의 비행거리와 고도는 각각 약 110~670㎞, 25~90㎞로 측정됐다. 평양과 평남, 평북, 함남 등 멀리 떨어진 각 장소에서 시차를 두고 두 발씩 나눠 발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의 정체는 북한이 수차례 시험을 거듭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신형 전술유도무기 제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KN-23~25는 북한이 대남용으로 개발한 SRBM ‘3종 세트’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4월 16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역시 KN-23의 개량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탄두 소형화를 염두에 둔 북한 7차 핵실험이 성공할 경우 전부 전술핵무기로 격상될 수 있는 공통점을 지닌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직후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KN-23과 KN-24 계열은 하강단계에서 수평 저공비행을 하다 다시 급상승하는 ‘풀업’ 기동성을 구비해 요격이 까다로운 장점도 있다.

이날 발사로 일관된 목표, 즉 핵투발 수단 다변화를 달성하겠다는 북한의 의중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탄착 시점과 장소를 달리한 것도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 돌파에 더해 전반적인 전술핵 운용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SRBM 집단 발사는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의 연장선에서도 볼 수 있는 만큼, 지상ㆍ해상 표적을 나누기보다 큰 틀의 핵운용 능력이 높아진 측면에서 위협 여부를 가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미사일의 면면만 봐선 아직 한미에 대등하게 맞설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수만 늘었을 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SRBM과 함께 발사한 지난달 25일 ‘섞어 쏘기’ 도발에 비해 위협 강도는 떨어지는 셈이다. 가령 SRBM 중 사거리가 가장 길었던 건 지난달 25일 760㎞를 날아간 KN-23(추정)인데, 이 역시 남측 전역과 규슈 등 일본 일부만 사정권에 들어간다.

범위를 좁혀 북한이 시험발사를 감행한 직접적 이유로 꼽히는 한미 해군 연합훈련(2~4일)에도 대응 역량은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항공모함 타격 여부만 따지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 더 적합하다”며 “북한이 선보인 MRBM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정도는 돼야 매칭이 가능한데, 실전 배치 단계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단순 사거리에 견줘도 이날 쏜 북한의 다양한 SRBM은 한미 훈련 장소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 도달하지 않는다.

일각에선 북한이 연초부터 SRBM과 ICBM은 물론 SLBM, 순항미사일 등 가용한 모든 발사체를 동원해 18번이나 무력시위를 지속한 탓에 한미 연합훈련에 필적할 새로운 무력카드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