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안 나오는 인사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조직에서나 통용되는 명제다. 특히 전국 단위로 지사나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은 전환배치 전 원하는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해 후폭풍도 거세다. 의혹과 루머가 난무하고, 심할 경우 인사 뒤 휴직자 등이 속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공정'과 '상식'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조직 내 비중이 커지며 '납득할 만한 인사'가 더욱 중요해졌다. "인사가 나면 '이유를 알려 달라'는 불만과 항의가 급증했다"는 인사 담당자들의 하소연이 쌓여 간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인공지능(AI)을 인사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100% 완벽할 수는 없어도 사람이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후유증도 적다는 이유에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상당수 대기업들이 꽤 오래전부터 검토했다. 그동안은 시스템적으로 구현이 어려웠는데,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현실화가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는 2020년 한 은행이 처음 도입한 뒤 금융권을 중심으로 논의 속도가 빨라졌다. 올해 들어서는 한 대형 유통기업도 전환배치 때 AI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AI를 인사에 도입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전국에 점포가 많아 인력의 전환배치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정기 인사 때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이동을 해 조직 입장에서는 이 작업에만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AI 기반 전환배치'는 전출입 인원을 결정한 뒤 직군, 거주지역, 직무경험, 근속연수 등 수십 개의 조건별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개인별 맞춤 직무 추천 및 최적화된 인사안을 몇 분 만에 뽑아낸다. 대중교통 출퇴근 거리 1시간 이내, 자녀 양육 필요, 동시전출 최소화, 가족이나 친인척 같은 부서 또는 점포 금지 등 인사 조건은 각 기업 특성에 맞게 설정이 가능하다.
국내 IT 솔루션 중소기업 스펠릭스의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자체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면, 현재 AI 전환배치 시스템을 상용화해 제공 중인 기업은 스펠릭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보 스펠릭스 대표는 "공정한 인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걸 파악해 기존에 개발한 베이스프로그램을 기반으로 1년 넘게 AI 전환배치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사용 중인 곳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가 전환배치를 해도 100% 만족이란 없다. 직군별, 부서나 점포별 티오(TO·정원)가 정확히 일치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내부 인사 규칙이 모두 다르고 해마다 바뀌어 각 기업에 맞는 세팅도 중요하다"며 "해외 사례를 조사했지만 아직까지 비슷한 시스템을 찾지 못해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