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라호텔에서 첫 출시됐던 애플망고 빙수를 4만 원 정도에 먹었는데, 이제 8만 원대라니 놀랍네요."
직장인 조수영(43·가명)씨는 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카페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14년 전인 2008년 신라호텔 제주에서 처음 맛봤던 '애플망고 빙수(애망빙)'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찾은 이곳에서 조씨는 무려 13만 원가량의 돈을 지불했다. 망고 케이크와 커피 등을 추가했다. 그는 "조만간 빙수 한 그릇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애망빙'을 가장 먼저 판매한 곳이다. 그래서 애망빙의 원조하면 신라호텔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가격만큼은 만만치 않아 누구나 즐기지는 못한다.
신라호텔의 애망빙은 역대급 가격을 경신해왔다. 서울에선 2011년 판매를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부가세를 포함해 4만 원대를 찍었다. 해마다 가격을 상승했고 2019년 5만4,000원, 지난해 6만4,000원이던 빙수는 올해 8만3,000원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높은 상승률로 30%가량 뛰었다. 이유는 예상하듯이 애플망고의 가격 상승 폭이 커서다.
더 얄궂은 건 애망빙을 맛보려면 대기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말에 신라호텔을 찾으면 기본 1시간은 대기해야 애망빙을 마주할 수 있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사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신라호텔을 뛰어넘는 역대급 가격을 자랑하는 곳이 생겼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1층 로비 라운지 카페에서 판매하는 '골든 제주 애망빙'의 가격은 9만6,000원이다. 작년만 해도 6만8,000원으로 신라호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40% 넘게 가격이 폭등했다.
도대체 '금테 두른 빙수인가'라고 생각하면, 바로 정답이다. 실제로 이 호텔의 '골든 제주 애망빙'에는 금가루가 아닌 식용 금박이 올라가 있다. 종이처럼 얇게 포를 뜬 듯한 금박은 먹기에도 아까워 보인다. 하지만 애플망고와 이 금박의 조화는 가격을 최고가로 올린 이유다.
'고가 빙수'는 최근 호텔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제주 애망빙도 지난해 6만 원대에서 8만3,000원으로 올랐다. 롯데호텔 서울도 애망빙 가격을 작년 대비 2만 원 이상 올려 8만8,000원을 받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도 판매하는 망고 빙수 가격을 4만 원대에서 5만 원대로 올렸다.
빙수 가격의 콧대가 높아질수록 이를 찾는 고객의 연령대는 낮아지는 추세다.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애망빙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20~30대"라며 "젊은 고객들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를 중시하는 성향이 더 뚜렷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호텔 빙수라고 무조건 비싼 건 아니다. 의외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소비)'를 따지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때가 때이니 만큼 개인 위생을 생각한다면 '1인 빙수'를 노릴 만하다. 그것도 1만 원대라면.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 1층 카페에선 망고 빙수를 1만 원대에 즐길 수 있다. 우유 얼음 위에 달콤한 망고와 아이스크림이 어우러진 '망고 빙수'의 가격은 1만8,000원이다. 또 에스프레소가 더해져 진한 커피 풍미를 내는 '커피 빙수(1만5,000원)'도 있다.
이름하여 '컵빙수'도 있다. 글래드 여의도 호텔의 레스토랑에서는 '초당 옥수수 컵빙수'를 파는데 가격이 8,000원이다. 해당 컵빙수는 요새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해 탄생했다. 글래드 여의도 호텔 측은 "최근 '할메니얼(할머니+밀레니얼)' 입맛의 MZ세대를 위해 출시한 이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