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위협 속 한미일 북핵대표 만났다… 안보리 '플랜B' 숙제로

입력
2022.06.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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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개발, 우리의 억지력 강화 귀결될 뿐"
유엔 등 제재, 코로나19 인도적 지원도 논의
7일 외교차관 서울 회담 등 3국 연쇄 협의

북한의 7차 핵실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3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만났다. 3국은 북핵 위협에 맞서 단호한 대응 의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방역 등 인도적 지원 메시지도 발신해 대화 여지를 남겼다. 한미일 공조는 더욱 굳건해졌지만,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제어하기 위해 꽉 막힌 유엔 차원의 대응을 대체할 ‘플랜B’ 마련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대면 협의를 했다. 지난달 13일 김 본부장 취임으로 한미일 북핵대표 진용이 바뀐 후 첫 회동이다. 세 사람은 회의에서 지난달 3국 정상들이 확인한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 의지가 각급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같이 했다.

주된 논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임박 징후가 뚜렷한 핵실험에 집중됐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핵도발을 직접 입에 올렸다. 이어 “한국, 일본과 긴밀히 공조해 모든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적 대응책은 역시 ‘확장억제력’ 강화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핵을 포함한 모든 가용 방어역량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미ㆍ한미일 확장억제 공조는 새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대북압박 카드다. 김 본부장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무기 개발은 우리의 억지력 강화로 귀결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추가 대북제재안 마련도 주요 의제였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신규 결의안 추진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막혀 있는 만큼, 한미일을 중심으로 중러를 압박할 방안이나 아예 안보리를 대신할 독자제재 협력 가능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핵대표들은 회의 후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고 설명했을 뿐, 구체적 대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협의는 큰 틀에서 한미일 공조 의지를 다지고 협력의 초석을 놓는 차원”이라며 “실질적 제재안 도출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국 대표는 북한과의 대결 구도만 부각될 것을 의식한 듯,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상세히 밝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돕겠다는 의사를 재차 전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역시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주관한 심포지엄에서 화상 발언을 통해 “(인도적 위기와 비핵화 진전은) 별개의 문제로 본다”며 “앞으로도 두 가지를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한미일은 북핵대표 협의를 시작으로 각급에서 잇따라 회동할 예정이다. 7일에는 한국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이 열리고, 10~1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 3국 국방장관 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