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옆에는 신한카드라는 이름이 함께 붙어 있다. 4호선 신용산역 표지판은 괄호 안에 아모레퍼시픽이라고 적혀 있다. 3년 계약으로 약 9억 원과 3억 원에 각각 낙찰된 역 명칭이다. 올해 기준 33개 역사에 29개 기관 및 기업 등의 명칭을 병기해 매년 수십억 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서울시가 2016년 지하철역에 이어 버스정류장 이름도 조만간 민간에 팔기로 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시내버스 경영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일단 대상을 400곳으로 추릴 방침이다. 전체 정류장 6,577곳 가운데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내버스 정류장 승·하차 인원, 유동 인구, 인근 상권, 공시지가 등의 분석을 통해 가격을 산정한다. 판매 수익금을 버스업계에 지원하기 위한 관련 조례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는 정류장 이름을 팔더라도 수익금이 서울시로 우선 귀속돼 버스업계에 직접 지원할 수 없다.
이처럼 서울시가 다중이용시설인 버스정류장 이름으로 장사를 해야할 정도로 업계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시 내 버스회사들은 지난해 6,9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버스를 준공영제로 운영하다 보니 시는 이 중 4,561억 원을 지원해 일부 적자를 힘겹게 메웠다. 올해는 지원 규모를 3,838억 원으로 배정했다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1,000억 원 더 늘린 상황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이다.
시 관계자는 3일 “아직 수익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터라 수익성이 높을 만한 400곳을 선정하고 추가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동시에 중앙정류장 승차대 광고 운영의 적정 수익률을 분석해 공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