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업계 '총파업' 예고에 경영계 반발…고유가에 더 커진 '안전운임제' 갈등

입력
2022.06.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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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7일부터 총파업" 예고
경제단체들 "무역 상황 비상" 철회 촉구
정부는 위법 행위 엄정 대응 방침



화물운송업계가 "고통스럽다"며 7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하자, 화주들을 대변하는 경영계는 "우리 고통도 크다"며 펄쩍 뛰고 나섰다. 이들이 '누가 더 힘든 상황인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배경엔, 연료비(기름값)와 부품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저운송료를 정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둔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 올해 들어 기름값이 크게 뛰면서 안전운임제 일몰(2020~2022년 한시 운영) 찬반을 둘러싼 갈등은 더 심각해졌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화물 운송차량에 주로 쓰이는 경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리터(L)당 2,013원으로, 1,300원대에 거래되던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L당 700원가량 올랐다. 100L를 주유할 경우, 1년 전보다 무려 7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25톤 화물트럭에 짐을 싣고 운행할 경우 1L로 3킬로미터(㎞) 정도 달리는 연비를 감안하면 서울에서 부산 편도 운행 시 약 10만 원이 더 드는 셈이다.

화물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 차량은 대부분 지입(개인 차량으로 업체에 소속되는 형태) 계약이다 보니 기름값을 비롯한 운송 비용은 고스란히 운전자 몫이었다"며 "유가가 올라도 운송비가 제자리걸음이라 '저수익 저비용'의 수도권 내 운송만 하려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화물업계는 이 같은 이유로 정해진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전 운임제의 일몰을 반대하고 있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기름값에 직격탄을 맞으면서도 내일은 나아질까 하는 희망으로 버텨왔지만 기름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적자 운송에 하루하루 빚만 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정부에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운임 인상 △지입제 폐지 등을 요구한 화물연대는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화물업계 "고유가에 부담 커졌다" ... 화주들 "실질운임 최대 72% 올라"



화물연대의 이 같은 주장에 수출업계는 "되레 화주들이 지나친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반박 논리를 내세웠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급격한 운임 인상률과 부대할증 증가로 품목별로 40~ 72%까지 실질 운임이 인상됐다"며 "무역업계는 글로벌 물류대란에 따른 해상·항공 운임 급등에 이어 육상 운임까지 올라가면서 물류비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경제 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며 총파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회(경총),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많은 기업이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의 삼중고를 겪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상하이 봉쇄로 수송난은 심화하고 있다"며 "화물연대의 육상운송 거부는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영계는 한 발 더 나아가 화물연대 파업의 위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총은 추가로 입장을 내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거부'에 해당될 수 있어 위법의 소지도 크다"면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화물연대가 거부하거나 운송 방해·폭력행위 등 불법 투쟁을 전개할 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도 화물연대에 총파업 철회를 촉구하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정상적으로 운송을 수행하는 다른 화물차주들에게 출입구 봉쇄, 차량 파손 등 운송 방해 행위를 강행하는 경우 경찰과 협조해 초기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경찰·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해 물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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