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자멸, 갈림길에 선 민주당

입력
202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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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참패로 내전에 돌입한 민주당
보수정치 낡은 행태 반사이익 노린 결과
국민만 바라보는 개혁 실천이 우선돼야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은 사실상 내전에 휩싸였다. '이재명만 살았고 당은 죽었다',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 등 날선 비판들은 국민의힘 대변인의 논평이 아니었다. 대선 패배 이후 '졌잘싸'로 눌러 놓았던 계파 간 충돌 에너지가 지방선거까지 연패하자 곱절로 증폭되어 버렸다.

지금 민주당은 모든 게 안개속이다. 조기 등판했던 이재명 의원은 즐비한 지방선거 전사자들을 목격하고도 과연 당대표로 출마할까. '방탄조끼 시리즈'이자 '대선 연장전의 연장'이라는 시비에 휩싸일 것이 뻔한데, 그래도 당은 잘될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전당대회에서 이재명을 이길 대항마는 있는가. 4년 전 151곳에서 이번 63곳으로 급감한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지역구에서 본 국회의원들은 2년 후 자신의 총선이 위태로워졌음을 직감하고 예민한 상황이다. 공방은 이미 거칠고, 내전의 끝이 어딜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한다.

과연 이 내홍의 시간이 혁신의 시간이 될지, 자멸의 시간이 될지는 민주당에 달렸다. 친문계가 포문을 열었지만,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 실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586정치인들은 대선과 지선 내내 교체 대상으로 몰렸다. 폭주에 앞장섰던 일부 초선들은 계속 당을 휘두를 태세다. 그나마 바른 소리를 하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눈에는 젊은 혁신위원장감이었는데, 동반 사퇴당했고 독한 화살 세례를 받고 있다. 0.15%포인트로 가까스로 이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소감대로 '민주당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당권 투쟁에 호흡이 가쁘더라도, 국민들에게 무엇을 반성한다는 설명은 해야 한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민주 대 반민주, 정의 대 구악의 구도를 우려먹고 살았다. 보수 정당들이 보였던 낡은 행태로부터 자주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그 낡은 구도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은 강성 팬덤들에 포획되어 있고, 민주적 논의는 억눌려 졌고, 청년들은 주로 이벤트에 이용될 뿐이었다. 그만큼 미래 담론 역량과 리더십 성장의 토양은 메말라 갔다. 왜 미래형 정치가를 떠올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지 치열하게 성찰하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이대로는 당권투쟁해봐야 답도 없고, 국민들도 설렘이 없다.

'민주화 세력 정신적 우월론'에 의지하기엔 세상이 너무 바뀌었고 깃발은 남루해졌다. '무능의 덫'이 도사리고 있었다. 대전환은 말뿐이었다. '소주성'의 단편 처방에 갇혔을 때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는지, 공정과 정의는 왜 불신에 빠졌는지 성찰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 잡겠다고 세금을 큰 폭으로 올리더니, 선거 때는 '종부세 깎아주겠다'고 표변하는 자신들을 국민들이 황당하다 못해 얼마나 측은하게 쳐다봤을지 돌아봐야 한다. 일시적으로 현금 더 준다고 일자리와 삶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대안 마련과 실행은 번거로운 정치적 소통을 요구하며 때로는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어려운 길이다. 반면 표 계산에 초점을 맞춘 정치공학은 상대적으로 쉽고 손에 익으면 짜릿하기도 하다. 어느 것이 근래 민주당의 주특기였는지 깊이 성찰할 때, 국민들은 눈길을 주기 시작할 것이다.

정치와 정당의 진화는 여야 모두의 숙제다. 여당은 대통령의 권력이 커서 변화의 능동성을 갖기 어렵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민주당은 식상한 초식을 재연하기보다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과 해야 할 행동부터 간추려 내고 바로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으로서 어떤 정책 패키지로 싸우고 협력할 것인지 노선을 정돈하여 책임을 다해나가는 것도 긴요하다. 혁신의 시간인가, 자멸의 시간인가. 거듭날 것인가, 대체될 것인가. 시대가 민주당에게 묻는 질문은 엄중하다.



김성식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