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는 북한 성토장이 됐다. 순회 의장국을 맡아 처음 본회의를 주재한 북한을 향해 회원국들이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낸 것이다. 유엔 군축회의는 핵무기·핵물질을 비롯한 군축 문제를 협상하는 세계 유일의 다자 기구다. 최근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7차 핵실험 징후를 내비치며 핵무장 강화에 매달리고 있는 북한이 이런 기구의 의장국이라는 것은, 비록 정해진 순번대로 4주씩 맡는 자리라 해도 어불성설이다.
공동성명엔 65개 회원국 중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40여 개국이 동참했다. 이들은 "북한이 군축회의 가치를 저해하는 무모한 행동을 지속하는 데 심각히 우려한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촉구했다. 일부 국가는 발언 기회를 얻어 북한을 성토하거나 대사 대신 실무자를 참석시켰다. 성명 참여로 부족하다 싶어 추가 항의를 한 셈이다.
의장을 맡은 주제네바 북한 대사는 "최근 신형 무기 시험 발사는 정기적 활동"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추구하는 한 계속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강변했다. '핵개발은 방위용 내지 자위용'이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호응은 없었다. 심지어 회의석상엔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있었지만 이들조차 북한을 거들지 않았다. 맹목적 군사 도발을 거듭하는 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고립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3일 서울에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모여 대북정책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이들은 북한이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 도발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대화와 외교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핵실험 강행이 더 심각한 고립을 자초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당장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제네바 회의장에서 겪은 수모에서 그런 교훈이라도 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