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이 9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1분기 중 하루 확진자 수가 6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영업난이 심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대출을 뜻하는 1분기 산업 대출 증가액도 64조 원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예금은행의 비법인기업(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잔액은 445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8조8,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폭 역시 전 분기(7조 원) 대비 1조8,000억 원 늘어났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한은이 2018년 4분기부터 통계를 작성한 이래 매 분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포진한 업종들의 대출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숙박·음식점업의 잔액은 87조1,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5,000억 원 불어났다. 도·소매업 역시 전 분기 대비 11조8,000억 원 증가한 246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전 산업의 대출금(기업대출금)도 크게 증가했다.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644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63조9,000억 원 늘어났다. 증가폭은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2분기(69조1,000억 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8조9,000억 원(14.5%) 증가해 역대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 잔액이 1,073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6조4,000억 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액은 161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13조2,000억 원 불어난 42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운전자금과 시설자금도 각각 41조9,000억 원·22조 원 늘어났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제조업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차질 심화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지속으로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며 "서비스업 역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 증가 영향으로 대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 산업별 대출금의 전년 대비 증가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