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성장 모멘텀 약화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대도시 봉쇄 등으로 성장 둔화를 예상한 것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성장 둔화가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25.3%에 달했던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대외 여건들이 맞물리면서 그나마 국내 무역수지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 실적이 하반기엔 위축될 거란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연구기관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일 ‘수출경기 현황과 주요 리스크 요인’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이후 대외 불안요인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들어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1월과 4월, 5월에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그나마 무역수지 균형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탰던 수출까지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주요국 긴축재정에 따른 수요 부진 등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58억 달러 적자를 낼 것으로 본 데 이은 추가 경고음인 셈이다.
SG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주요 리스크로는 △중국 성장둔화 △러-우 전쟁 △미 통화긴축 △엔저 장기화다. 한국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 4대국 상황이 모두 국내 무역 여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란 분석이다. SGI는 가장 먼저 중국의 경기 위축이 곧 국내 성장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지적하면서 “대중국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경제성장률은 0.56%포인트, 20% 감소 시 1.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도 국내 수출의 걸림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국가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이 비교적 낮아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전쟁 장기화 시 세계경제 위축, 필수 원자재 수급 차질 등 간접 경로로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통화 긴축 후 신흥국 금융 불안 가능성, 엔저 장기화에 따른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도 하반기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예상했다.
SGI는 대외 복합리스크 대응 방안으로 민간협력체계 구축과 수출구조 개선 등을 제시했다. SGI는 “현재 수출리스크의 경우 대외 수요 감소, 공급망 불안, 경합 품목 가격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통령 주재 수출 비상대책회의를 상설화해 공급망 관리, 필수 원자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하반기 위험 요인에 적절히 대응하고 최근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국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