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진보·보수 균점... 이념 덜어내고 교육만 봐야

입력
2022.06.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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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치러진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17개 시도 중 8곳에서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다. 2014년 4곳, 2018년 3곳에 불과했던 보수 교육감 당선인이 크게 늘면서 지방 교육 권력을 진보와 보수가 균점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져온 진보 교육감 시대는 막을 내렸다. 정당 공천이 없어 ‘현직 프리미엄’이 강한데도 충북·부산·제주의 현직 진보 교육감들은 보수에 자리를 내줬다. 진보단체들은 대선 후광 효과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그간 진보 교육감들이 내세운 혁신교육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진보 교육의 상징인 혁신학교는 체험 중심의 창의적 교육을 하자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입시제도와의 괴리를 해소하지 못해 외면받았다. 진보 교육감들은 평등한 학교를 내세우며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추진해왔으나, 해당 학교들과의 소송 10건에서 모두 패했다. 그사이 사교육비는 23조4,000억 원(2021년)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중고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영향까지 겹치며 학력격차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교육 정책 변화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교육감 절반이 이념만 내세워 정책에 반기를 들 경우 현장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당선되자마자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백지화 가능성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균형 아닌 대립을 예고했다.

교육감 성향 따라 현장이 흔들려온 탓에 교육이 백년대계가 아닌 ‘사년대계’란 자조가 나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보수나 진보 수식어가 붙지 않는 안정적인 교육 정책을 바란다. 연간 80조 원으로 2만여 개 학교를 운영하고 교원 50만 명 인사를 좌우하는 교육감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념은 덜어내고 교육의 기본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