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꺼낸 與, 총선 대비 아닌 '정치개혁'을

입력
2022.06.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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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여당이 ‘혁신’을 들고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첫 일성으로 “총선을 대비해 혁신과 개혁 기치를 내려놓으면 안 된다”며 당내 혁신위 설치를 예고하고 위원장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지목했다. 참패한 야당보다도 발 빠른 혁신 행보는 긍정적이다. 혁신에 관한 한 이니셔티브를 쥐고 정당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비친다.

그러나 “오만하지 않겠다”고 자세를 낮추며 제시한 혁신의 화두는 80여 만 명까지 늘어난 당원을 어떻게 관리할지와 공천제도 등에 국한돼 있다. 정치개혁이나 선거제도 같은 기성 양당 기득권 내려놓기가 아니라, 기세를 몰아 2년 뒤 총선 때 어떻게 이길지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정작 혁신할 분야는 따로 있다. 정치권은 지난 4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양당 나눠 먹기식 선거구 폐지는 무산됐다. 그나마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디딤돌로 이번 선거에서 30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했지만, 소수정당이 당선된 경우는 4곳에서 4명에 그쳤다. 무늬만 개혁일 뿐 실상은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치개혁에서 개헌보다 중요한 건 선거제도 개혁이며,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실행에 옮길 책임이 있다.

모호한 당의 정체성이야말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5·18 망언으로 당에서 컷오프(공천배제)시켰던 김진태 후보가 강원지사로 부활했고, 막말 논란을 몰고 다닌 이장우 후보는 대전시장이 됐다. 외연확장과 국민통합 취지를 살리려면 극단주의나 극우적 토양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여당이 승리에 도취해 느슨해 보일 상황은 아니다. 자신들이 잘해 국민 지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대선 때 좌절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포기와 정권 출범 후 3주 만에 치러져 유권자 평가를 받을 밥상의 메뉴조차 없던 탓도 있다. 살얼음판을 걷듯, 지방권력을 준 민심을 하늘같이 두려워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