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총사퇴 민주당, 또 ‘졌잘싸’ 할 건가

입력
2022.06.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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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비대위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선거 평가는 의원총회 등을 거쳐 꾸려질 새 지도부가 맡게 될 텐데 이미 패인과 책임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다. 계파 갈등과 함께 논쟁이 이어지겠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로 빠져서는 안 된다. 강성 지지층에 안주해 현실을 외면하고 반성을 회피한 것이 바로 연이어 선거에 패한 이유인데, 지고도 또 성찰에 실패한다면 민주당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민주당 참패의 책임은 자명하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후보 본인과 당대표가 두 달여 만에 다시 출마했으니 누가 봐도 명분 없는 일이고 투표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당의 요구’라고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했다”(신동근 의원)고 두 사람을 직격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사실 민주당은 대선 직후 했어야 할 성찰과 쇄신을 지방선거가 급하다는 이유로 건너뛴 대가를 고스란히 돌려받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선방했다”는 강성 지지자들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경기도(의 승리) 때문에 반반 느낌”이라고 말했고, 김정란 시인은 “이재명 덕분에 몇 석이라도 건졌다”고 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향해 “역대급 패악질”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호응하는 의원들이 있으니 문제다. 김용민 의원은 “반성만 하다가 수렁에 빠뜨렸다”고 박 비대위원장을 공격했고 “개혁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같은 강성 주장에 빠져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인 것이 패인임을 짚어야 한다. 그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선방’의 근거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자신은 “(졌잘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광주의 낮은 투표율(37.7%)을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지적을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민주당이 길고 치열한 반성의 시간을 갖기를, 그렇게 해서 팔이라도 자르는 쇄신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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