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전담경찰관 도입 10년… 피해 신고 1.5% 불과

입력
2022.06.07 11:00
2012년 6월 학폭사망 계기 SPO 신설
학폭 피해 학생들 중 1.5%만 SPO 찾아
학생들 "학교서 SPO 다니는 것 본 적 없어"
"신고와 소통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야"
"SPO가 교내서 수행할 역할 재정립 필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전국 경찰서에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배치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피해 학생 100명 중 한두 명 정도만 SPO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SPO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일 교육부의 '2021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 중 피해사실을 SPO에게 알린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신고한 비율(2.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피해 학생들은 대부분 보호자 친척(39.8%)과 교사(25.2%), 친구·선후배(15.2%) 등을 접촉 대상으로 삼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실제 SPO를 만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생 윤요셉(15)군은 "SPO가 한 학기에 한 번 학교폭력 근절 수업을 해주면서 이웃 학교 선배들이 부당한 일을 시키면 바로 신고하라는 내용을 교육받은 적은 있다"며 "다만 평상시 SPO가 학교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은 없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이모(11)양도 "학교에서 경찰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배치된 SPO들은 전체 학교 수와 비교해 SPO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SPO팀장은 "학생들을 자주 봐야 마음 편하게 신고도 할 수 있을 텐데 SPO 1인당 담당 학교가 10개나 되고 학교당 200~300명 학생이 있다면 수천 명을 만나야 하는 꼴"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 방문이 더욱 축소되면서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SPO가 폭력이나 비행이 우려되는 학생 정보를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 개개인 정보를 잘 아는 학교 측과 SPO의 유기적 협력 없이 제도가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PO 사이에선 "학생 정보를 알려고 해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학교에서 정보 공유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교생활부장과 SPO가 주기적으로 회의하는 등 실질적 활동이 수반돼야 하는데 교내에 SPO 입간판만 두고 물과 기름처럼 움직인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PO는 2011년 대구에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해 도입됐으며, 학교폭력신고(117신고) 처리, 특별예방교육 실시, 청소년정책자문단과 선도심사위원회 운영 등 학교폭력 예방과 재범 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PO 제도의 활성화 방안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SPO 인력 확충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학폭 피해 신고를 넘어 상담 등 학생과의 소통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 SPO의 전문성과 역할을 총체적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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