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와 전남, 전북 지역 광역·기초단체장을 거의 싹쓸이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속내는 불편하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 텃밭 민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어서다. 지역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제대로 변신하지 못하면 2년 뒤 총선 땐 텃밭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호남 3개 광역단체장과 광주 5개 구청장을 쓸어 담았다. 전남에선 22개 기초단체장 중 17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전북에서도 14개 시장·군수 중 11곳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당선 여부만 놓고 보면 '텃밭 수성'이라는 평가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성적표를 뜯어보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약진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광주 5개 구청장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전남 지역 기초단체장 중엔 여수시에만 후보를 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를 포함해 9명의 단체장 후보를 냈다. 이들 모두 패했지만 이 중 5명의 득표율이 두 자릿수까지 올라갔다. 실제 광주시장 선거에서 주기환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15.9%로 역대 국민의힘 계열(보수) 후보 중 최고였다. 국민의힘은 전남지사와 전북지사 선거에서도 각각 18.1%와 17.8%의 득표율을 얻었다. 국민의힘은 광주시의원과 전남도의원 각 1명씩(비례대표)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 지역 밑바닥 정서가 흔들린 데 따른 것이다. 주 후보 측은 "민주당 심장부 광주에서도 민주당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투표 심리가 작동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27년 동안 민주당을 밀어줬지만 광주에는 발전이나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광주시민들이 변화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책임지는 모습을 안 보인 데다, 선거 기간 내내 호남 공천 잡음과 집안 싸움에만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국민의힘의 '약진' 성적표를 받아든 주민들은 민주당에 질책을 날렸다. 자영업자 이모(53)씨는 "오만한 민주당의 공천 행태로 인한 주민들의 실망이 광주 지역 역대 최저 투표율(37.7%)과 국민의힘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최모(49)씨는 "민주당이 골목대장 노릇하듯 내 사람 심기 식 후보 공천을 하면서도 '혁신을 하겠다'고 떠드는 것을 보면서 실망했다"며 "지금 민주당은 절박한 마음으로 새로운 리더와 인재를 영입하고 혁신을 통해 당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2년 뒤 총선에도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이에 대해 "광주 시민들께서 보내주신 투표율의 의미 또한 저희들이 아프게, 매섭게 가슴에 새기겠다"며 "그만큼 광주 시민들을 위해 혁신하라는 말씀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