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충돌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대만 유사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연일 언급하고, 이에 자극받은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시위 강도를 높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다. 전문가들은 ‘대만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근래 가장 큰 규모의 전쟁으로 기록된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적인 피해가 미중 모두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일 보도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유사시 미군 파견 가능성'에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두 개의 아주 다른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 나설 경우 미군이 직접 참전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란 뜻으로, 사실상 ‘미군의 개입’을 시사한 셈이다.
실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31일 태미 더크워스 미국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주(州)방위군과 대만군 간 협력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일본 순방에서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물은 데 대해 "그렇다"고 답변하며 실언 논란을 부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행보로 봤을 때 그의 발언을 단순히 '실언'으로만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미중 양국의 최첨단 전력이 총동원되는 '규모의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상군 간 전투 중심이었다면 대만 전쟁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상륙 시도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군의 첨단 전력이 맞붙는 공중·해상전 양상이 펼쳐질 개연성이 높다. 미국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미 해군은 최신예 F-35와 F/A-18 등 최정예 함재기를 갖춘 항공모함을 11척 보유한 점 등을 언급하며 “중국이 이를 뚫고 인민해방군을 상륙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필립스 오브라이언 전략학 교수는 "중국의 대만 침략은 중국 해군의 대학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둥펑(DF)-26, DF-21D 등 대함 탄도미사일과 지난달 서태평양 훈련을 통해 실전 능력을 증명한 중국의 항공모함 전단은 미국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대륙에 속한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은 '섬'이란 점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 세스 크롭시 전 미 해군 차관은 최근 미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원에 "우크라이나는 광대한 영토지만 대만 섬은 매우 작다"며 "민간인이 탈출할 인도주의적 회랑이 대만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의 서진 반대 방향으로 퇴로를 열 수 있었던 반면, 중국이 대만 섬 자체를 봉쇄할 경우 민간인 탈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영해주권을 과시할 목적으로 무력 투입에 앞서 대만 주변 해역에 일방적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 등을 설정하고 대만을 오가는 상선과 항공기를 통제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 국방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지난달 중국의 대만 장악 시나리오를 예측한 보고서에서 "(대만 유사시) 세계 반도체 4강 중 하나인 대만이 봉쇄되며 세계 반도체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미국뿐 아니라 중국 역시 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런 위험들을 감수하고 중국이 대만 침공을 불사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국장은 CNN에 "우크라이나는 최근 전쟁에서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이는 중국의 군부뿐 아니라 시진핑의 계산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를 얕잡아보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러시아라는 선례가 중국의 대만 침공 결단도 더욱 무겁게 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