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일본 방문과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5월 23일 공식 출범하였다. IPEF는 의제 면에서 글로벌 무역, 공급망, 탈탄소·인프라, 탈세·부패 방지 등 4대 의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목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패권경쟁의 시각에서 반도체,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공장 증설과 기술개발이 21세기형 '군비경쟁'이 되고 있으며 새로운 국가안보, 즉 경제안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원천기술과 설계능력은 아직 지배하고 있지만 제조하는 능력을 중국이 따라잡았기 때문에, 한국 대만 일본과 협력하여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시설을 미국 내에 증설하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투자는 안정적 수요 확보와 기술개발 측면에서 기회임에 틀림없으며 미국 주도 세계경제안보 질서의 단초가 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 내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시설 확대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이고 이로써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중국의 제조 능력 갭은 좁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직 21세기 첨단산업의 제조와 원자재 기반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당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소금속 원자재 확보이다.
중국은 희토류와 배터리 핵심 재료인 니켈·리튬·코발트 등의 생산과 가공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과 한미 경제안보 협력이 성공적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자원무기화를 넘어서야 한다. 러시아도 자원 부국들의 자원무기화 물결에 편승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가스 생산국,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일 뿐 아니라 희소금속 확보 경쟁에서도 코발트 수출 세계 2위, 백금 수출 2위, 니켈 수출 3위로 무시 못 할 변수이다.
IPEF에 대응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원자재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더 큰 변수는 희토류 희소금속 부국들인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의 해외 자원을 놓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서방 진영과 중국 러시아 측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 간 자원쟁탈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희소금속 자원은 몇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에너지 자원과 다르다. 우선 희소금속들은 소량 다품종이고 복잡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재가 없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이룬다. 또 자원매장과 생산이 극단적 편재성을 보이기 때문에, 공급망이 단절되면 국가산업이 마비되는 치명적 위험을 가져 올 수 있다. 많은 희소금속은 개발에 따른 환경적 폐해가 크기 때문에 쉽게 개발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에 관해서는 항상 변방에 머물러 왔고, 희소금속의 국내 부존과 생산기반도 거의 전무해서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첨단산업과 그 원재료를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재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 주요 첨단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의 대규모 공급망 복원 움직임으로 우리 첨단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문제는 원자재 확보이다. 우리로서는 IPEF에 안주하지 말고 아프리카 중남미와 자원개발 네트워크를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