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없었다. 2일 6ㆍ1 지방선거 개표 결과(0시 30분 기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가운데 13곳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를 확정 짓거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보수정당 사상 지방선거 최고 기록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 두 곳(대구ㆍ경북)만 간신히 지켜냈던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며 보수의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약 한 달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구도 자체가 여당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내내 ‘정권 견제론’ 대비 우위를 보였던 ‘국정 안정론’은 그대로 표심에 반영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주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앞세워 ‘입법독주’를 일삼았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은 온당한 견제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사상 처음 새 정부 출범(5월 10일) 단 22일 만에 치러져 일찌감치 ‘대통령 취임 컨벤션 효과’를 업은 국민의힘의 우세가 점쳐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통해 ‘국민 통합’을 꾀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한미 우애를 다지는 등 부지런히 점수를 쌓았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지급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금도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손실보상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집행은 분명 여야 합의의 산물이었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은) 민생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하며 호재로 키웠다. 선거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은 대통령과의 호흡을 강조하며 각 지역에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약속으로 표심을 자극했다.
훈풍은 강풍이 되어 돌아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1년 여 만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압승을 안겼던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여당이 된 국민의힘에 지방권력을 몰아줬다. 국정을 이제 막 시작한 윤 대통령에게 힘이 실릴 것은 자명하다. 최종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윤 대통령도 대선 당시 패한 경기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동연 민주당 후보를 꺾을 것으로 예측된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다만 여당의 압승은 잘한 게 많았다기보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에 힘입은 덕이 더 크다. 당정이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사이, 거대 야당은 스스로, 또 계속 침몰했다. 대선 석패 후 민주당은 박지현ㆍ윤호중 비상대책위를 띄웠지만, 이들 투톱은 당 수습과 쇄신은커녕 ‘86그룹 용퇴’ 등을 놓고 시끄러운 내홍만 노출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무리한 추진은 민주당을 옭아맸던 입법독주 프레임을 훨씬 강하게 굳혔고, 박완주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전직 광역단체장들의 성범죄와 그들을 감싸던 민주당에 대한 기억을 다시 끄집어냈다. 입으로는 반성을 외쳤지만, 아무런 실질적인 변화도 민주당은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막판 송영길 서울시장ㆍ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내놓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 논란 역시 악수(惡手)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설왕설래 끝에 대선 때도 공약화를 포기했던 이슈를 두 달 만에 꺼낸 것은 ‘급조한 정책’이란 여권의 비판을 사기 충분했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콩가루당’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여러 집안싸움이 겹쳐 결국 민주당은 ‘집토끼 지키기’도 실패한 격이 됐다. 당초 여야 후보의 초박빙 승부가 예상됐던 충남ㆍ충북과 강원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릴 것으로 점쳐진 건, 민주당 지지자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광역단체 17곳 중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광주 투표율은 37.7%로, 지난 지방선거보다 무려 21.5%포인트 급락했다.
반성하지 않는 정치권력에 결코 승리는 없다. 선거 때마다 확인된 오랜 공식을 이번엔 민주당이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