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에서 대만 국기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만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할리우드가 ‘중국 눈치보기’를 멈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전투기 조종사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항공 점퍼를 입고 나왔다. 점퍼 뒷면에는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극 중에서 크루즈의 아버지는 1960년대 미 해군 복무 당시 대만과 일본 근해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을 기념해 점퍼에 국기를 넣었다.
앞서 2019년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크루즈가 입은 점퍼에 대만 국기 대신 다른 가상의 깃발이 그려져 있었다. 당시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미국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일부러 대만 국기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이 파라마운트 투자를 잇따라 철회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가 2019년 7월 파라마운트와 투자계약을 맺었지만 ‘친미 영화 지원에 나섰다’는 당국의 비판을 우려해 투자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영화에 대만 국기가 등장하면서 미국 영화계가 중국 당국 검열을 더 이상 의식하지 않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신은 “탑건 제작진이 중국의 분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크루즈 재킷에 대만 국기를 넣었다”며 “할리우드 영화사의 일부 경영진이 중국 검열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도 “탑건에 대만 국기가 돌아왔다”며 현지에서 열띤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36년 만에 돌아온 영화 '탑건' 후속편인 ‘탑건: 매버릭’은 현재 중국 당국의 개봉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영화는 전미 4,735개관에서 1억2,400만 달러(약 1,550억 원) 수익을 올리며 개봉 첫 주에 미국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