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만 8번 이름을 올렸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차례(‘로제타’ ‘더 차일드’)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자전거 탄 소년’)과 감독상(‘소년 아메드’), 각본상(‘로나의 침묵’)을 각각 한 차례씩 받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감독인 장 피에르ㆍ뤽 다르덴 형제는 ‘토리와 로키타’로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특별상인 75주년 기념상을 가져갔다. 영화제가 한창이던 지난달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형제 감독을 만났다.
‘토리와 로키타’는 10대 남자아이 토리(파블로 쉴즈)와 여자아이 로키타(음분두 졸리)가 중심인물이다. 두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온 이민자다. 돈이 필요한 두 사람을 어른들은 가만 두지 않는다. 마약 일을 하고 노동 착취를 당한다. 토리와 로키타는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낸다. 영화는 토리와 로키타를 통해 이민자에게 가혹한 유럽 사회의 현실을 조명한다. 형 장 피에르는 “악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우정이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스템의 피해자들입니다. 이민자들은 사랑과 우정에서 큰 힘을 얻는데 그들이 서로에게 힘을 주며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싸우는 모습을 그리려 했습니다.”
형제는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두 사람이 서로 기대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여주기 위해서”(동생 뤽)였다. 키가 작은 아이를 토리로 출연시키려 했다. 키가 큰 로키타와 대비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뤽은 “파블로는 보통 155㎝ 정도인 또래들과 달리 145㎝쯤 돼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형제는 유럽에 오려는 청소년들의 삶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대마초 농장도 취재했다. “어린 이민자들이 마약 범죄에 실제로 노출돼 있다”고 두 사람은 전했다.
형제는 빈민과 노동자, 이민자 등 소외된 자들의 삶에만 포커스를 맞춰왔다. 최근 들어선 이민자들의 딱한 처지를 스크린으로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뤽은 “많은 사람들이 고국을 떠나 유럽에 도착하나 법이 엄격해 취업허가, 거주허가 등 장애물이 많다”며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삶의 확실성이 없다 보니 이민자들은 폭력과 성착취에 쉽게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뤽은 “영화가 착취당하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는 없고 프로파간다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영화는 약자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자들의 삶을 비춰온 형제는 영화가 세상을 당장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다른 조건에 사는 사람들의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것”(장 피에르)이라고 했다. “(그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다른 삶을 생각하게 하고 기존 의견을 바꾸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영화로 다른 위치에 놓인 사람들을 바라보고 마음을 움직이게 됩니다. 그게 영화의 역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