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7시 30분, 지상파 3사의 6·1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상황실에는 무거운 침묵만 떠돌았다. 서울은 물론이고 그간 민주당이 경합 지역으로 판단했던 인천과 충청, 강원에서도 국민의힘에 패배하는 것으로 나오자 지도부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광역단체장 예상에 이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신승 전망이 발표됐으나 환호나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는 시종 적막감만 감돌았다. 출구조사 발표 10분 전 국회를 찾은 이 후보는 소속당 국회의원들과 잠시 악수를 나눴을 뿐 자리에 앉은 채로 경직된 자세로 TV만 응시했다. 긴 한숨을 몰아 쉬는 등 크게 긴장한 모습도 역력했다. 이 후보는 착석한 지 20분 만에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뜨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2일 0시쯤 계양구 선거사무소를 찾아 "계양을 지역구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허리 숙여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국민 여러분들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에 사과했다. 이어 그는 "많이 부족했다"며 "조금 더 혁신하고 또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상황실에서 줄곧 출구조사 결과 발표만 지켜봤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원지사로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가 우세하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뒤로 제치거나 고개를 저었다. 눈물을 참는 모습까지 보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지도부는 모두 개표 상황실 도착 20~30분 만에 떠났다.
그러면서도 지도부는 접전지역 개표 결과에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개표 상황실을 떠나면서 취재진과 만나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출구조사) 결과인가'라는 질문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예상했던 결과보다 안 좋게 나왔다"면서도 "(역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개표 상황실에 자리했던 민주당 의원 20여 명도 1시간이 채 안 돼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지방선거 이후 당 쇄신 방향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인 김용민 의원은 출구조사 발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개혁세력일 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이를 잊지 않을 것이고, 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지도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개표 결과를 지켜본 뒤 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