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K팝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찾았다. ‘아시아ㆍ하와이 원주민ㆍ태평양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 마지막 날을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인종 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검은색 정장을 맞춰 입은 7명의 BTS 멤버는 바이든 대통령 면담에 앞서 백악관 브리핑룸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과 함께 나타났다. BTS를 보려는 기자와 관계자들은 100명이 넘었고 49석의 출입기자단 좌석은 물론 통로까지 가득 찼다.
BTS가 나타나자 휴대폰을 꺼내 이들을 촬영하는 사람도 많았다. 중계카메라에 휴대폰이 잡히자 "전화기를 내려달라(Phone down)"고 외치는 목소리도 여러 차례 들렸다. BTS 멤버가 차례대로 발언하는 순간 백악관 브리핑 유튜브 채널 동시 접속자가 3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백악관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설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백악관 바깥에도 BTS 팬 200여 명이 모여 환호했다.
“백악관에 초청돼 반(反)아시아 혐오범죄, 아시아인 포용성과 다양성의 중요함을 논의하게 돼 영광”이라는 리더 RM의 영어 인사를 시작으로 BTS 모든 멤버의 한국어 발언이 이어졌다.
멤버들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범죄에 굉장히 놀랐고 마음이 안 좋았다”(지민),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슈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뷔) 등의 메시지 전달을 이어갔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줄곧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상황은 악화했다. 이에 백악관은 아시아계 톱스타인 BTS와 함께 ‘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한 행사를 마련했다.
BTS는 유엔총회에 나서 미래세대를 위한 연설을 하고, 인종 차별과 혐오범죄에 항의하는 사회 메시지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