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가사키시 간부, 기자 성폭력 후 자살… 법원, 시의 배상 책임 인정

입력
2022.05.30 18:00
2007년 사건 후 15년 만에 피해자 승소


지난 2007년 일본 나가사키시 간부가 ‘정보를 주겠다’며 여성 기자에게 접근해 성폭력을 가한 뒤 발각되자 숨진 사건과 관련, 시 측의 책임을 물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기자가 30일 승소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15년 만이다.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가사키시 간부로부터 취재 중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기자가 시를 대상으로 7,470만 엔(약 7억2,7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 대해 나가사키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이날 오후 선고 공판에서 시의 책임을 인정하고 1,975만 엔(약 1억9,2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명했다.

소장 등에 따르면, 원고인 여성은 2007년 7월 나가사키 원폭의 날(8월 9일)에 시가 개최하는 평화기념식과 관련한 취재를 하다가 ‘정보를 주겠다’며 밤중에 만나자고 한 시의 당시 원폭 피폭 대책 부장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었고, 입원 치료를 받느라 휴직까지 해야 했다. 오히려 시의 다른 간부는 성폭력을 부정하는 허위 정보를 퍼뜨려 주간지에 보도되기까지 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 가해자인 부장은 사건이 발각된 2007년 11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듬해 시에 대해 사건에 대한 조사와 제3자 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시는 이를 거부했다. 여성은 2009년 일본변호사연합회에 인권 구제를 요청했고, 연합회는 5년간의 조사 끝에 시에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시가 이조차 거부하자 원고는 소송 제기에 이르렀다.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 원고 측은 “가해자가 취재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성폭력에 이르렀다. 직무 중에 받은 성폭력은 취재 활동과 보도·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측은 “(가해자인) 남성이 이전부터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여성이 자각하고 적절한 대응을 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심야에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는 등 여성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반박했다.

아마카와 히로요시 재판장은 판결 이유로 “간부에 의한 위법한 성폭력이 있었다”고 인정한 다음, “취재에 협력하는 태도를 보여 기자에게 만날 것을 요구하며 성폭력에 이르고 있어, 직무 관련성이 있다”며 시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허위정보 확산에 대해서도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주의 의무가 있다”며 시의 책임을 인정했다.

판결 후 원고 변호인단은 “원고의 주장이 인정돼 사회적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나가사키시가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관되게 책임을 부정한 시에 대해 “뿌리 깊은 성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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