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약 사망 후 '시신 유기'한 의사… 법원 "면허 재발급해야"

입력
2022.05.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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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사체유기로 1년 6개월 실형
출소 뒤 "면허 다시 달라"... 복지부는 거부
법원 "거부 사유 불명확… 반성 참작 기회 줘야"

지인에게 마약을 불법 투약해 사망하게 한 뒤 사체까지 유기해 실형을 살고 나온 의사에게 면허를 다시 발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출소 후 매주 무료 봉사활동을 하는 등 뼈저린 반성과 참회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최근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재발급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2년 7월 서울 강남구 한 산부인과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지인 B씨에게 프로포폴 등 13개 약물을 불법 투여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망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자신과 병원에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여겨 숨진 B씨를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법원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8월 판결을 근거로 A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2017년 8월 보건복지부에 의사 면허 재발급을 신청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으로 면허를 취소당하더라도 반성과 참회 정황이 뚜렷한 것으로 인정받으면 3년 뒤 면허를 재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2020년 3월 A씨의 면허 재발급 신청을 거부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반성과 참회가 인정된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가 ①형사재판 당시 B씨 유족들에게 공탁금 2억5,000만 원과 손해배상금 3,000만 원을 지급했고 ②반성문에 아내와 이혼한 뒤 의료기기 판매업 등을 전전하면서 후회한 정황이 담겨 있고 ③출소 이후 매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무료급식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온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복지부의 절차적 위법도 지적했다. 복지부가 면허 재발급 거부 사유를 알려주지 않아 행정절차법상 '이유를 제시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형사판결의 원인이 된 사건 중대성을 고려했다"는 복지부 주장에 대해서도 "처분 사유를 뒤늦게 제시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면허 취소 이후) A씨가 입은 경제적·정신적 불이익이 복지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작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에게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한 번 더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의료법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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