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지없이 핵산(PCR) 검사소 앞에 줄을 선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선 지난 달 집단 감염이 발생한 뒤 방역 강도가 전례 없이 높아졌다. 대략 이틀에 한 번꼴의 핵산 검사를 요구한 탓에 검사소 앞 줄서기는 ‘일상 회복’을 얻기 위한 또 다른 ‘일상’이 되고 말았다.
"다음 분?" 면봉을 영접하려 입을 벌린 지 수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검사소 직원이 다음 사람을 부른다. 분명 입 안 어디에도 면봉은 닿지 않았다. 함께 핵산 검사를 받은 지인 또한 같은 반응이다. "대충 하고 끝낸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검사소 앞 늘어선 줄은 끝이 없고, 부쩍 더워진 공기는 방호복 겹겹이 껴입은 검사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을 테다. 베이징 시민 2,000만 명을 상대로 한 검사가 어찌 완벽하랴.
수일 전부터 베이징의 상당수 아파트 단지는 ‘폐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휴대폰에 미리 ‘전자출입증’을 받아두지 않으면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하진 않다. 출입문을 통과하는 한 거주인 무리에 슬쩍 몸을 끼워 넣으면 미끄러지듯 단지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출입문을 지키고 선 경비원도 모른 척해주는 눈치다. 하긴, 언제부터 출입증 들고 제집 드나들었나. 이심전심이다.
어느 시대에 누가 만든 것인지를 불문하고 완벽한 시스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하루에 꼴랑 수십 명 나오는 확진자를 막자고 급조해낸 조잡한 시스템들이야 말해 뭐할까.
시스템엔 이미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 중국 정부는 여전히 ‘칭링(제로 코로나의 중국식 표현)’이라는 ‘완벽’을 요구하고 있다. 오미크론이라는 훨씬 날쌘 녀석으로 싸움 상대가 바뀌었지만, 한물간 전법을 고집하며, 방어선을 사수하라 한다. 칭링 달성이 없으면, 일상 회복도 없다고 다그치는 듯하다.
베이징과 상하이 확산세가 주말 사이 다소 안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 전체가 이미 오미크론의 그물망에 사로잡힌 지 오래다. 14억 중국 인구만이 그물망 앞에서 아등바등이다. 정녕 칭링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