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특회’의 후신인 일본의 대표적 혐한 우익 단체 ‘일본제일당’의 만행이 도를 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등을 전시하는 ‘표현의 부자유전’이 일본 각지에서 열릴 때마다 방해 행위를 하더니, 지난 21~22일에는 도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전시회(관련기사)를 열기도 했다.
이옥선, 배봉기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육성을 담아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영화 ‘침묵’도 일본제일당 방해 공작의 타깃이었다. 4년 전 ‘침묵’ 상영회장에서 우익 인사의 진입을 막던 ‘카운터’ 활동가들은 검찰에 기소되기까지 했다. 카운터란 우익 단체가 거리에서 재일코리안 등에 대한 증오 연설을 할 때 이를 막는 사람들을 뜻한다.
‘침묵’을 만든 재일동포 2세 박수남(87) 감독과 딸 박마의(54)씨는 다음 달 3일 예정된 폭행 및 상해 관련 선고 공판을 앞두고 29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카운터 활동가들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혐한 단체의 재일동포 차별과 증오발언 문제에 대해 한국도 관심을 가져 주길 호소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과 박마의씨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18년 10월 16일, 가나가와현 치가사키 시민문화회관에서였다. 앞서 박씨 등으로 구성된 ‘침묵 상영 실행위원회’가 이곳에서 영화를 상영하기로 하자 시민회관에는 수많은 항의 전화와 우편, 이메일이 도착했다. 시민회관 측은 소란이 날 것을 우려, 경찰 배치를 요청했다. 위원회도 상영회장에 우익 인사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감시해 달라며 카운터 활동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일본제일당 가와사키본부장을 맡아 자주 증오 연설을 하던 와타나베 겐이치가 상영회장에 들어오는 것을 본 카운터 활동가 두 명이 그를 막았다. 서로 밀며 대치하던 중 와타나베는 갑자기 네 계단 밑으로 떨어지더니 바닥에 누운 채 긴급 신고를 했다. 와타나베는 활동가들이 밀쳐서 굴러 떨어졌다고 했으나, 스스로 발을 헛디딘 것인데 피해자인 척 연기를 했다는 것이 피고인 측의 주장이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몸싸움 끝에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파악했으나, 추후 검찰이 경찰에 보강 수사를 지시하더니 정식 기소를 했다. 공판에서 검찰은 와타나베의 일방적 증언 외에 방범카메라 영상이나 목격자 증언 등 기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도 일본 검찰의 형사 기소 유죄율이 99.9%에 달하다 보니 피고인 측은 유죄 판결을 우려하고 있다.
박 감독은 우익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시회 등을 방해하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데도 일본 정부가 방치하는 이유에 대해 “위안부 동원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이 오히려 고맙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감독도 우익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집 근처를 감시하는 듯 서성이거나 박 감독 가족의 동향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피해를 당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왔다. 그는 “우익의 재일코리안 증오 발언과 관련해 다양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 언론이 별로 보도하지 않는다. 한국 언론이 많은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