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받으며 내 선거운동… 국회의원 보좌진 특혜 논란

입력
2022.05.3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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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보좌진 23명, 직 유지하며 지방선거 출마
'정당인 공무원'이라 90일 전 사퇴 규정 피해
의원실 조력 받아 특혜 소지… "형평성 높여야"

국회의원 보좌직원들이 직을 유지한 채 대거 6·1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다른 후보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무원 신분이면서도 '공무원은 선거일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의 예외를 적용받다 보니, 선거운동 기간에도 세비를 챙기고 의원실의 측면 지원을 받는 등 유리한 여건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지방선거에 현직 국회의원 보좌진(보좌관·선임비서관·비서관) 신분으로 출마한 후보자는 23명이다. 소속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8명, 국민의힘 4명, 정의당 1명이고, 출마 선거 유형별로는 기초자치단체장 1명, 광역의원(비례대표 포함) 10명, 기초의원 12명이다.

공직선거법 53조는 공무원이 선거에 입후보할 경우 선거일 90일 전에 사퇴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로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다만 해당 조항은 정당법 22조에 규정된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공무원'은 사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국회의원 보좌진은 여기에 포함된다. 1994년 공직선거법 제정 이래 유지되고 있는 예외 규정이다.

그렇다 보니 경쟁 후보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무원 출신 후보자는 "공무원은 90일 전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의원 보좌진은 사퇴는커녕 월급까지 받아가며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올해 국회의원 보좌직원 보수 지급기준에 따르면 4급 보좌관 월급은 평균 730여만 원, 5급 선임비서관은 650여만 원이다.

보좌진 업무와 선거운동을 병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현행 법규가 사실상 후보자가 소속 의원실에서 편의를 제공받는 걸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의원 보좌관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보좌진 업무를 보겠느냐"며 "국회의원이 사실상 특혜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그만두고 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보좌관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세비를 받는 건 적절치 않고 의원님도 같은 생각이어서 사직서를 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런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현직 보좌진 23명 가운데 22명은 소속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했다. 의원은 가까운 사람을 공천해 지역구 영향력을 강화하고 보좌진은 손쉽게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구도인 셈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의원은 지역에 자기 사람 하나 더 심는 거고 당사자는 무혈 입성을 하는 것"이라며 "공천을 주고 세비까지 받으면서 선거운동을 해줬으니 의원에게 더욱 충성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의원 보좌진은 직역 특성상 선거와 직무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 감안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보좌관 출신 국회의원은 "국회 보좌진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선거"라며 "항상 선거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본인 선거를 못 하게 한다면 다른 사람의 선거운동도 못 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해당 후보자들은 한국일보 질의에 "휴가를 내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보좌진 업무와 병행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후보자 간 형평성 문제는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보좌진에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요구할 순 없겠지만, 선거에 출마한 이상 공무원 입후보 관련 규정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국회 보좌진도 공무원연금을 받고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무원들"이라며 "90일 전 사퇴는 모든 공무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