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업 제한 손실보상을 위한 39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진통 끝에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최대 쟁점이었던 손실보상의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추경 규모를 정부안보다 2조6,000억 원 늘렸다.
추경안이 30일 임시국무회의를 통과하면 371만여 명의 사업자가 이르면 30일부터 1인당 600만~1,000만 원을 지급받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추경안 처리에 합의했다. 박 의장의 국회의장 임기가 종료되는 날이자 6·1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날에 맞춰 극적 합의에 이른 것이다. 여야 의원 251명이 출석한 가운데 이날 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은 찬성 246명, 반대 1명, 기권 5명의 표결로 가결됐다.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편성된 코로나19 추경안은 정부안보다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 우선 지급 대상 매출액 기준이 사업장 1곳당 연간 '30억 원 이하'에서 '50억 원 이하'로 조정됐다. 손실보상법에 따른 별도 지급 대상도 연간 매출액 '10억 원 이하 소기업'에서 '30억 원 이하 중기업'까지 넓어졌다. 손실보전율은 현행 90%에서 100%로 올렸고, 손실보상 하한액은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손실보상 사각지대에 속해 있던 특수형태고용종사자(특고)·프리랜서·문화예술인과 법인택시·버스 기사 등에게 지급하는 지원금도 정부안 대비 100만 원 증액됐다. 특고·프리랜서·문화예술인은 1인당 200만 원, 법인택시·버스 기사는 300만 원을 받게 된다. 소상공인 매출 증대용 지역사랑상품권을 2조5,000억 원어치 추가로 발행하기 위해 정부에서 국고로 1,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도 추경안에 담겼다.
이에 따라 추경 규모는 정부안보다 2조9,000억 원 늘어난 39조 원이 됐다. 여기에 지방 교부금을 더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62조 원에 달한다.
양당이 29일 전격 합의에 이른 것은 '지방선거 전 지급'이란 목표 아래 한발씩 양보한 결과다. 그간 최대 쟁점은 손실보상 소급 적용 여부였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추경안에 담긴 최대 1,000만 원의 손실보전금 지급이 사실상 소급 적용이라고 본 반면, 민주당은 소급 적용 명목으로 10조 원가량의 추가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줄다리기 끝에 양당은 손실보전 규모를 일단 확대하기로 하고, 소급 적용을 위한 법 개정 등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추경의 득표 효과를 독점하려는 양당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수도권 후보들이 추경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것을 두고 "추경안이 민주당의 주장에 의해 신속 처리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선거에 도움을 받으려 하는 정치적 의도가 역력하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공약한 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소급 적용을 수용할 것으로 봤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며 "정략적 추경에 골몰한 정부·여당의 민생 외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