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에서 제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보다) 더 득표율이 나왔을 거라 봅니다. 유세를 다녀보면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대다수 시민이 저를 찍었다고, (당선이) 될 것이라고 하니까요."
6·1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도봉산 입구에서 만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여론조사상 오세훈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서울 곳곳을 누비며 체감한 "바닥 민심은 다르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당 지도부의 갈등에도 개의치 않고 현장 행보에 올인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다친 발목이 완쾌되지 않았지만, 송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9일 이후 매일 같이 15~20㎞씩을 걸으며 유권자와의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송 후보의 이날 일정은 강북→도봉→강북→노원→중랑→강동→영등포구로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한 장소에서 한 시간 남짓밖에 머물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임에도 송 후보는 조금이라도 짬을 내어 시민들의 악수나 셀카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송 후보의 아들과 딸도 유세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아버지의 명함을 나눠주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처럼 사진촬영을 요청하거나 기호(1번)을 상징하는 엄지를 내보이는 시민들을 만날 때면 송 후보는 더욱 기운을 얻는 듯했다.
송 후보는 이날 도봉산 입구 유세 후 기자와 만나 "오 후보와 비교하면 제가 생긴 것도 스킨십도 서민 친화적이지 않는가"라며 "제가 스킨십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 후보보다는 잘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19일부터 이날까지 그의 동선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의 텃밭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보다는 동북권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서남권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민주당 우세지역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지층 결집이 승리의 결정적 열쇠라고 판단해서다.
지난 대선과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패인으로 꼽혔던 '부동산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 위한 맞춤형 부동산 공약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 지역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노도강 지역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던 송 후보는 이날 도봉구 유세에서도 "제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여러 가지 동기 중에 핵심은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표심 외에 대표적 부동층인 소상공인 표심 잡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송 후보가 그간 도보 유세에 나선 전통시장만 14곳으로, 하루에 1곳 이상 전통시장을 찾았다. 송 후보 측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민심이 흐르는 곳이 전통시장"이라며 "많은 유권자들을 가까이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들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제 얼굴이 편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송 후보는 "3·9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36%를 넘었는데, 이번에는 20% 정도로 강남구, 서초구의 사전투표율이 높지 않았다"며 "부동산 분노 민심은 이미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을 통해 (민주당에 대한) 심판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해선 "진보 성향 지지자들의 응답률이 보수 성향 응답자에 비해 훨씬 낮다"며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임명이 되면서) 검찰공화국에 감시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의 86 용퇴론으로 촉발됐던 당 내홍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당의 도움을 받았는가. 뒤에서 정말 두들겨 맞고 컷오프까지 갔었다"며 "송영길의 서울시장 당선이 민주당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도전이고 시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