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에는 최근 몇 년 사이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건설 관련 업체라는 특성상 남성 직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는데 2020년과 작년에는 신규 인력 중 약 30%가 여성이었다. 급기야 올해 초에는 1982년 설립 이후 첫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임산부는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3개월 난임휴직과 500만 원의 난임시술비를 지원하는 등 여성들의 근무 환경을 크게 개선시킨 결과였다. 남직원들에게도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육아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대디스쿨'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개그맨 허경환(41)씨가 운영하는 닭고기 간편식 전문업체 '허닭'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9명을 채용하고, 지난해 50명, 2020년 36명의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직원 중 78%에 달하는 여성 직원 18명을 승진시켰다. 이 가운데 여성관리자 승진자가 전체 56%인 5명이었다. 또 원격근무시스템을 도입해 전체 직원의 50%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8개 직급을 3개로 축소하고, 층별로 여성전용 휴게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기저귀 등의 소비재를 생산하는 한국피앤지는 코로나19 발발 이전에도 일주일에 하루씩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자녀가 있는 직원에겐 1.5시간(90분)의 점심시간을 줬다. 또한 배우자가 출산을 하면 8주의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한국피앤지 인사팀의 박정민 차장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길게 다녀오면 남직원들이 육아의 어려움을 체감하게 되고 그로 인해 조직 문화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효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회사들은 27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고용평등 공헌포상’ 시상식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행사는 한국일보와 고용노동부 공동주관으로 올해 22회를 맞았다. '차별 없는 공정한 일터, 남녀 모두 누리는 내일'을 주제로 내세운 올해 행사에선 직장 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실현에 공헌한 유공자 12명과 우수기업 16곳,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우수기업 8곳을 선정했다.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이사는 재직 중 여성 고용 확대에 기여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지정희 한국노총 부본부장은 고용상 성평등 정책 현안을 공론화하고 소속 단위 노조의 성별 대표성 실태 조사를 한 점 등을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받았다. 허경환 허닭 대표이사도 남녀고용평등 유공자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남녀고용평등 분야 교육서비스업체 멀티캠퍼스와 건설엔지니어링 회사 건일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멀티캠퍼스는 임산부나 미취학자녀를 둔 직원을 고정재택근무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작년 기준 대상자 88.1%가 이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일은 남녀고용평등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담당자 지정을 통해 양성평등 추진기반을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피앤지를 비롯한 유한양행, 에스포항병원 등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오늘 수상하신 분들과 기업들은 남녀고용평등에 공헌하신 분들로서, 차별 없이 다 함께 누릴 미래를 위한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상을 받은 회사에서 시행한 임산부와 미취학 자녀를 둔 직원의 재택근무 실시 등은 일·생활 균형 문화 정착과 남녀고용평등 실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차별 없는 공정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곧 기업과 사회를 성장하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