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고위험군 보호 대책으로 진단부터 처방까지 하루 안에 이뤄질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6월 중 본격 가동한다. 유행 감소세에 비해 더디게 떨어지고 있는 사망자를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60세 이상 고령층,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등은 전체 확진자의 20% 안팎에 불과하지만, 사망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처음으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위험군은 필요한 경우 지체 없이 전담병원에 입원할 수 있게 하겠다"며 "감염병 현장 의료 대응 컨트롤타워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미크론 대응 때부터 중증화와 사망자 억제에 초점을 맞춰왔다. 문제는 진단과 대면 진료로 직결되지 않으면서 고위험군이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는 데 3,4일이 걸렸다는 대목이다.
패스트트랙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아직 외래진료센터가 충분치 않다 보니 고위험군에 대한 처방 속도가 떨어졌다"며 "최대한 즉각 처방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오면 바로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단부터 처방까지 모두 가능한 기관을 늘려야 한다. 현재 호흡기전담클리닉 474곳, 호흡기진료지정의료기관 1만5곳 등 총 1만482곳이 있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얘기다.
또 요양병원·시설에 입소하고 있는 고위험군에 대해선 지난달 도입한 '기동전담반' 운영 기간을 늘려 대응키로 했다. 코로나19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으로 구성된 기동전담반은 전국에 200개 팀이 있다. 이달 말까지가 운영시한이었는데 8월말까지로 연장한다.
정부는 또 2026년 건립 예정이던 국내 첫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1년 늦은 2027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소음 기준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돼 2020년 7월 국방부 소유의 중구 방산동 미군공병단부지로 이전 계획은 변경한 데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금을 반영해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일정이 늦어졌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올해 하반기에 설계 공모를 거쳐 2024년 착공 예정이다.
같은 부지로 이전·신축될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배후진료 지원병원 역할을 맡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800병상 규모로 확대되며, 당초 100병상 수준으로 계획했던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150병상으로 늘어났다.
박 반장은 "7,000억 원을 기부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감염병전문병원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한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규모를 키웠다"며 "문화재 발굴, 환경정화, 사업비 적정성 검토 등의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