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수출 세계 2위(점유율 30%)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생산량을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수출 정상화에 미적거리는 1위 인도네시아(56%)로 인해 전 세계 팜유 공급망이 불안해진 틈을 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다만 팜유 업계는 인도네시아가 일정 물량을 풀지 않는 한 가격 안정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더 스타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다투크 주라이다 카마루딘 말레이시아 산업자원부 장관은 25일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달리 국내용 팜유가 부족하지 않다"며 "현재도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고, 더 많이 수출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팜유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게 말레이시아의 목표"라며 "지난해 1,810만 톤이던 팜유 생산량을 올해 2,300~2,500만 톤까지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의 자신감은 최대 걸림돌이던 팜유 농장의 외국인노동자 수급 불안이 해소된 것에 기인한다. 중앙정부는 지난달 말 '팜 농가 노동자 고용 신속대응팀'을 구성, 인도와 파키스탄인들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한 바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최대 33만7,000명에 달했던 외국인노동자 수요를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오락가락한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팜유 제품 전체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전격 발표했던 인도네시아는 약 한 달 만인 23일 수출재개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팜유 수출업체에 '내수시장 공급의무(DMO)' 규정을 지킬 것을 강요하면서도 업체별 수출 할당량을 정확히 산정조차 못 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팜유 수출입업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만 바라볼 뿐, 수출 정상화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올 3분기부터 팜유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주라이다 장관은 "인도네시아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어 팜유 가격은 내년 초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입 팜유의 99%를 말레이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글로벌 식용유 부족 사태에서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동남아의 한 팜유 수출입 관계자는 "말레이시아가 팜유 수출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등 새 판매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기존 팜유 생산 농장과 관계가 안정적이라 당장 큰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