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일)에 출마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 55명 가운데 32명(58.2%)이 동물복지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동물권대선대응연대(대응연대)는 중앙선관위 후보자 5대 공약, 후보별 블로그, 인터넷 기사 등을 참고해 시도지사 후보자 55명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응연대에 따르면 23명(41.8%)의 후보는 어떠한 동물복지 공약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응연대는 "국내 반려인구가 700만 명에 이르고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이 각각 연 10억 마리, 414만 마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물복지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의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시도지사 후보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이 단 한 줄의 동물복지 공약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대응연대는 제시된 동물복지 공약도 대부분 반려동물에 한정돼 농장동물, 전시동물, 실험동물 등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이 소외되는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복지 공약 외에 농장동물 또는 전시동물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단 15명에 불과했다. 실험동물을 언급한 것은 이정미 정의당 인천시장 후보가 유일했다.
반려동물 관련 공약 역시 비슷한 공약을 돌려 막기하듯 내놓았다고 대응연대는 평가했다. 대응연대는 "예컨대 반려동물테마파크 조성은 지역을 불문하고 7명의 후보가 약속했다"며 "실제 지역 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대응연대는 또 “동물은 반려동물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오락수단으로 전락한 전시동물, 길 위 생존이 걸린 상황에 직면한 길고양이, 공장식 축산 속 농장동물, 이른바 식용개 등 우리 사회가 만든 동물복지 저해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역자치단체장은 앞서 제시한 공약들과 함께 보다 거시적 관점을 기반으로 모든 동물 의제를 아우르는 촘촘한 동물복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 행정 집행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응연대는 △민관협력체계 및 행정기관 동물보호 역량 강화 △동물과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동물의 이용과 고통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립 및 시행 등을 요구했다.
한편 대응연대는 동물보호와 복지에 역행하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도 언급했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건설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약속했다. 이들은 "지역개발론을 등에 업고 표심을 잡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이런 인식을 지닌 행정기관장이 생태계 보전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대응연대에는 동물자유연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나비야사랑해, 다솜, 대구동물보호연대,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동물구조119, 동물권단체하이, 동물권행동카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동물보호단체행강, 동물복지문제연구소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생명다양성재단,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비글구조네트워크,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등 17개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