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다.
백악관의 초청을 받은 방탄소년단은 바이든 대통령과 31일(현지시간)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미국 대통령이 대중예술인 그것도 K팝 아티스트를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방탄소년단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데 따른 것으로, 세계적인 스타로서 그룹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 사 이번 초청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방탄소년단과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미국에서의 인종 혐오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7일 백악관과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방탄소년단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은 5월 '아시아·태평양계 주민 유산의 달'을 맞아 포용과 다양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성사됐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악관은 이달 BTS가 속한 하이브의 미국 현지 법인인 하이브아메리카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고, '아시아·태평양계 주민 유산의 달'의 마지막 날인 31로 일정을 조율했다.
백악관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미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1년 새 발생한 증오범죄가 1만 건이 넘는 데다, 11일엔 텍사스주 댈러스 코리아타운 미용실 총격 사건으로 한국인 세 명이 다쳤다. 상당수 증오 범죄가 백인 우월주의가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했다.
미국 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른 증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백악관은 통합의 상징인 방탄소년단 카드를 꺼냈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란 뜻의 'BLM(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비롯해 아시아인 혐오 중단을 요구하는 'Stop Asian Hate' 캠페인을 지지하고 메시지를 내왔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에 진출하며 아시아인으로 겪은 고충을 털어놓으며 반(反) 차별을 호소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봤다"며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가기도 했다. 하물며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건 저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증오범죄 중단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은 2020년 BLM 캠페인 본부에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반 차별 메시지는 미국 내 K팝 팬들을 움직였다. K팝 팬들은 미국 경찰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BLM 캠페인 관련 불법 시위대를 신고해 달라고 하자, K팝 스타들의 영상을 올리며 BLM 캠페인에 힘을 실어줬다.
방탄소년단 리더인 RM은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에 글을 남겨 "살다 보니 별일 다 생긴다. 좋은 일로 다녀오는 것이니 잘 다녀오겠다"며 "저번에 미국 여행할 때 (백악관을) 먼발치에서만 보고만 왔는데 들어가 보게 됐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항상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해 주는 말들 다 알고 있고 또 듣고 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잘 다녀오고서 6월에 웃으며 뵙도록 하겠다"고 했다.
빅히트뮤직 관계자는 이날 "백악관에 초청을 받아 큰 영광"이라며 "포용과 다양성,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