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부망에 보름 전 남긴 '검사 사직' 인사 글에 달린 검사들의 댓글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 인사권자인 한 장관 취임이 예정된 상황에서 검사들이 앞다퉈 눈도장을 찍으려는 듯 한 장관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칭송 일색의 댓글을 남겨 "낯간지럽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이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글을 올리자, 검사들이 30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2주 가까이 '댓글 러시'가 이어지면서, 댓글 내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댓글 유형은 △한 장관의 검사 시절 모습 호평 △찰나의 인연 환기 △근무연으로 얽힌 기억 강조 등 다양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댓글은 특별한 근무 인연이 없어 보이는 검사들의 과한 호평이다. K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님과 동시대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적었고, C부장검사는 '대한민국 검사의 롤 모델'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어떤 검사는 한 장관을 '조선제일검'으로 빗대며 '그 모습은 후배에 든든한 선례'라고 칭송했고, '가시는 길에 아름다운 향기가 함께하길'이라며 건승을 기원하는 검사도 있었다.
'직접 모실 기회를 갖진 못했다'며 한 장관과 인연이 없다면서도 '검사의 표본을 보여주신 선배님' '멀리서나마 많이 보고 배웠다' 등으로 한 장관을 추켜세우는 멘트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댓글을 통해 한 장관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검사들은 'MZ세대'인 젊은 검사부터 고참급인 고검검사까지 다양했다.
소소한 인연을 강조하며 한 장관의 기억을 환기하려는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어떤 검사는 '부산 동래에서 한 번 뵈었을 뿐이지만 기억이 생생하다'고 적었고, O검사는 '법무연수원에서 모닝커피 드실 때 인사드린 기억이 난다'고 강조했다. J검사는 '바쁘신 중에 초임들에게 근사한 파스타와 후식까지 사주셨다'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10년 전 검사 신규 임용 면접에서 '긴장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한 장관 모습이 기억난다는 검사도 있었다.
한 장관과의 근무연을 강조하는 댓글도 보였다. '천안서 근무했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눈치 보지 말고 범죄 엄정 대응하라던 말씀이 기억난다' '잠시라도 함께 근무할 수 있어 영광' 등이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 이후 한 장관이 좌천됐던 곳에서의 인연을 강조하는 검사들도 있었다. '법무연수원에서 식사가 마지막이었네요' '진천에서 함께한 기억이 새롭다' '부산고검 계실 때 후배들 밥 사주시면서 말씀하신 게 잊히지 않는다' '연수원에서 잠깐 뵈었지만 유쾌하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등 칭찬 일색이었다.
검찰 일각에선 한 장관이 인사권자로 부임한 상황에서, 검사들이 '충성 경쟁'하는 모습으로 외부에 각인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검사 사직 글에는 대체로 듣기 좋은 댓글로 화답하는 관례가 있지만, 한 장관 댓글의 경우엔 "낯간지러울 수준"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댓글을 안 남긴 대다수 검사들은 뒷말이 나올 게 뻔히 예상돼 자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도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검사들이 일은 안 하고 인사에만 신경 쓴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며 "검수완박 국면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검사들이 인사 앞에선 자존심도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