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장애인 단체들이 추모 행사를 열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진행했다. 임시 분향대엔 고인 사진 대신 그림이 든 영정들을 올렸고, 단체 회원과 추모객은 국화를 한 송이씩 올리고 묵념을 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 가정이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한 사례가 최소 20건에 달한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발달장애 가정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잠깐 관심 대상이 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일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발달장애 가정은 구조적 모순 속에서 사회적 타살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더는 죽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하라"며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부모연대는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함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상행선 방향 승강장에 숨진 발달장애인 가족을 추모하는 간이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들 단체는 다음 달 2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단체들은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서울교통공사 측과 갈등을 빚었다. 공사 관계자들이 설치 공간을 막아서자 회원들이 다른 공간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했고, 단체 측의 항의 시위로 열차 운행이 1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1시간 넘는 실랑이 끝에 단체는 승강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가 이후 역 출구 인근 통로로 옮겼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발달 지체 치료를 받던 6세 아들과 투신해 함께 숨졌고,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선 60대 여성이 30대 중증장애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지난 3월 경기 시흥시에선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한 5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