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에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위상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각각 12.0%포인트, 19.9%포인트 차이로 낙승했던 것은 더 이상 옛말이 됐다. 이번 선거에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안갯속 형국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3·9 대선에서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막상막하의 혈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텃밭에 출마해 전국선거를 지원하려고 했던 이 후보와 민주당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진 배경이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인 이 후보의 정치적 명운이 이번 선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 후보는 25일 한국일보 동행취재에서도 '사즉생'의 각오로 현장을 누볐다. 야권의 거물을 잡으려는 윤 후보의 일정도 다르지 않았다. 두 후보는 지역구 내 7개 동을 샅샅이 훑으며 "지지율이 똑같다고 한다. 대선과 비슷할 거 같다"(이재명 후보), "초박빙이다. 이번엔 꼭 돼야 한다"(윤형선 후보) 등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두 후보는 지지층을 최대로 결집하는 것이 승부를 가를 키라고 보고 전력을 다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시민이 있으면 달려가서 "표를 찍어달라"는 부탁을 망설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유모차를 끄는 아이 엄마와 셀카를 찍으면서 "모델료는 3표"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고, 윤 후보도 악수를 청하는 시민에게 "사모님, 5표만 도와달라"며 두 손을 꼭 쥐었다.
이 후보의 무기는 '계양에는 큰 일꾼이 필요하다'는 구호였다. 이 후보는 25일 계양구 장기동 아파트단지에서 마주친 한 중년 여성으로부터 "몇십 년간 동네가 너무 발전이 안 됐다"는 하소연을 듣자마자, "제가 원래 일을 잘하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계양을 제2의 판교로'라는 구호가 적힌 유세차량에 오른 그는 마이크를 잡고 "옆집 아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낫다"며 "연고보다 역량"을 외쳤다. "김포공항을 이전시켜 계양을 강남에 버금가게 '강서시대'를 열겠다"며 그간 언론에 알리지 않은 지역맞춤형 공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세차량에 오른 3시간 동안 이 후보는 마이크를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 장기동에서 아라뱃길을 건너 귤현동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 위에서는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를 외쳤다. 유세 종료 30분 후에는 종친회 등 지역 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유세 중 시간을 쪼개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이 후보와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차량을 상대로도 유세를 멈추지 않던데.
"운전하는 분들이 안 보는 거 같아도 다 보고 있다. 체감상 절반 이상은 저를 보며 엄지 척을 해주신다."
-대선과 비교해 이번 선거 분위기는 어떤가.
"대선보다 더 어렵다. 국회의원 선거는 대선보다 선거구는 좁지만 '직접', '더', '많이' 유권자들과 만나야 한다. 아침 6시 반에 나와 새벽 1시까지, 지역 주민과 접촉할 시간을 확보하려는데 1인 2역(총괄선대위원장)을 하다보니 균형 찾기가 쉽지 않다."
-상대 후보의 추격세가 매섭다.
"당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방탄용 출마'라는 상대 공세가 먹힌 건가.
"그분들은 '네거티브 전문' 당이다. 자기들이 손가락질하고 손가락질받는다고 비난하는 못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제가 잘못한 건 없다. 당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 나만 안전하게 피해 있을 수 없어 주변 만류에도 출마했다."
-민주당이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86용퇴론'으로 소란스럽다.
"못 들었다. 어제(24일)도 사실 못 들었다. 현장에서 '사령관 겸 병사'를 겸하고 있는데 본부에서 뭐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여당 의원보다 야당 의원이 계양에 필요한 이유는 뭔가.
"나는 일단 실력이 있고, 큰 일꾼이고, 민주당이 여전히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엔 유능하고 영향력이 큰 일꾼이 훨씬 더 도움된다."
-'이번에 지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나.
"민주당이 합리적이고 강한 대중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국민들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그런 심정을 표현한 말이다."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3수생인 윤 후보는 "계양의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5일 저녁 계산동의 한 고깃집에 들어간 윤 후보는 명함을 받아주는 시민에게 "송영길은 도망갔고 이재명은 도망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도 박빙이다. 제발 도와달라"고 했다. 인지도는 이 후보에게 비할 바 아니지만, 여당으로서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식사 중인 한 가족에게 찾아가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있다. 제가 되면 계양에 엄청난 예산을 모아올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후 소나기가 쏟아지자, 윤 후보는 참모진에게 "계산역으로 가자"고 팔을 끌었다. "이 시간대에 계산역에 가면 진짜 지역 토박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면서다. 열차가 오지 않는 사이마다 틈틈이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민들에게 '연고'를 강조하고 있다.
"지명도나 인지도로는 제가 이재명 후보와 상대가 안 된다. 이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계양을 이용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이 후보 부인도 한 번도 본 적 없다. 25년간 계양을 지킨 텃새와 25일도 안 된 철새를 구분해달라는 의미다."
-상대는 '큰 일꾼'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본인의 능력을 자랑하지만 과대 포장돼 있다. (성남) 대장동도 엄청난 비리인데 성과로 포장하고 있지 않나. 판교도 뭉뚱그려 자기가 다 했다고 하지만 영원히 포장될 수 없다. 저와의 선거를 통해서 그 실체가 반쯤 밝혀졌다."
-계양을에 전세 거주하고 서울에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98년 계양에 와서 막내를 2002년에 낳고 아이들이 학교도 여기서 다녔다. 당시 계양에 집을 사려는데 집주인이 값을 갑자기 올려달래서 못 샀다가 몇년 후 목동에 한 채를 샀다. 하지만 저는 계양을 하루도 벗어난 적이 없다. 병원에서 계양주민 10만 명을 진료했다."
-상대의 '1호 법안'은 민영화방지법인데, 윤 후보의 1호 법안은 뭔가.
"아직 구체적으로 법안까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지만, 귤현 탄약고를 이전하는 것과 공항철도를 9호선과 연결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최대한 결실을 맺고 싶은 현안이다."
-의사로서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주장한 '수술실 CCTV법'은 어떻게 생각하나.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환자의 사생활 침해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자들이 CCTV 하니까 좋다고 하면 거기로 몰려간다. 강제할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