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딸과 4세 아들을 둔 A씨는 자녀를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의 채드윅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어했다. 채드윅 국제학교에는 연간 3,000만 원이 넘는 학비에도 상류층 자녀들이 해외대학 진학을 위해 앞다퉈 몰려들고 있어 돈 많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A씨는 딸을 입학시키려고 이미 두 차례나 채드윅 문을 두드렸지만 쓴잔을 마셨다. 세 번째 탈락은 피하고 싶었던 A씨는 2018년 12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소수 정예' 국제학교 입시 전문으로 소문난 학원을 찾았다.
"채드윅 교장과 연락하고 있어요." "우리 학원을 통하지 않고선 절대 채드윅에 못 들어가요." 학원장 B씨의 달콤한 말에 A씨는 수천만 원짜리 어학연수까지 취소하고 남매를 학원에 보냈다. 첫 달 수업료는 2,120만 원에 달했고 시간당 수업료 10만 원이었다. A씨는 '모의기출 관련 비용'이라는 의문스러운 비용까지 군말 없이 냈다.
수업료는 점점 올랐다. 학원 측은 △수업시간을 6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리고 △1인당 간식비 70만 원 등을 추가해 2019년 1월분 학원비로 3,780만 원을 청구했다. 이후 수업료 등이 인상되며 학원비는 2월분 4,270만 원, 3월분 6,380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A씨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A씨가 4개월치 학원비로 쓴 돈만 1억6,000여만 원이 넘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자녀들을 채드윅에 보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다. 그러나 A씨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해 3월 아들은커녕 딸도 입시에 실패한 것이다.
화가 난 A씨는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시험 도중 뛰쳐 나온 아들은 몰라도, 딸은 약속대로 로비 등을 통해 합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검찰은 2020년 11월 송 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가 채드윅 관계자들에게 로비해 A씨 자녀를 합격시킬 능력이 없는데도 A씨를 속여 학원비를 가로챈 게 맞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최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채드윅 교장 등과의 친분을 과시한 건 사실이지만 "로비를 통해 입학을 보장한다"고 얘기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지급한 돈도 로비 명목이 아닌 수업료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모의시험에 관해 문의한 사실 등을 미뤄보면 "수업료가 로비 자금이 아니라 수업의 대가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 남편이 채드윅 로비를 위해 학원에 줬다는 현금 1,000만 원에 대해서도 "수업료 안내문에 있는 항목에 대한 비용"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