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새로운 ‘미사일 도발’ 수법을 또 선보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연달아 발사한, 이른바 ‘섞어 쏘기’를 감행한 건데 한미일을 동시에 사정권으로 둘 수 있다는 협박으로 읽힌다. 기술 진전에 따라 두 기종 모두에 핵을 얹을 수 있어 위협 강도도 상당하다. ‘핵탄두 소형화’를 목표로 한 7차 핵실험에 성공할 경우 말 그대로 한반도는 제어 능력을 상실한 북한발 핵공격의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차례로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아올렸다. 첫 번째는 신형 ICBM ‘화성-17형’, 나머지 두 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일컫는 KN-23이 유력하다고 군 당국은 분석한다. 새 기종은 아니다. 화성-17형은 3월 16일(북한 주장은 3월 24일), KN-23은 1월 27일에 마지막 시험발사를 했다.
하지만 최근 잦은 미사일 도발, 특히 ICBM 시험발사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올 들어 화성-17형 등 ICBM의 성능을 6번이나 점검했다. 화성-17형은 북한이 지금까지 공개한 ICBM 중 가장 빼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길이 22~24m로 기존 화성-15형(21m)보다 덩치가 크고 현존하는 다른 ICBM과 비교해도 가장 길다. 소형 핵탄두 2, 3개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다탄두(MIRV) 형상을 지녀 ‘괴물 ICBM’이란 별칭도 붙었다. 정상각도로 쏘면 1만5,000㎞ 이상을 날아가 미 본토를 거뜬히 타격하고도 남는다.
이날 시험발사의 경우 비행거리와 고도가 약 360㎞, 540㎞로 탐지돼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 정찰위성을 가장해 발사한 화성-17형의 제원과 비슷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이 엔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연료량을 줄여 넣는 방식으로 제원을 조정했을 것으로 봤다. 북한은 3월 16일에도 화성-17형을 쏘아올렸으나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 같은 달 24일 발사는 화성-17형이 맞다는 북측 주장과 달리 한미 군 당국은 한 단계 아래인 ‘화성-15형’으로 결론 내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중폭발이 있었다는 건 1단 추진체가 불안정하다는 증거”라며 “이번 시험발사는 1단 추진체를 안정화하거나, 새 엔진을 개발하는 맥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성-17형이 미국에 초점을 맞췄다면, KN-23은 북한이 대남용으로 개발한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 세트(KN-23~25)’의 하나다. 비행하는 동안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풀업(활강ㆍ상승)’ 기동성을 갖춰 요격이 어려운 게 특징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작게 만드는 데 성공해 KN-23에 핵을 실으면 위협은 배가 된다. 이날 세 번째 발사된 미사일은 60㎞ 고도로 760㎞를 날아 남측 전역뿐 아니라 규슈 등 일본 일부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ICBM과 KN-23을 같이 쏜 이유, 즉 한미일을 동시 겨냥한 도발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그간 KN-23의 최대 사거리가 600~700㎞로 추정된 만큼 성능이 다소 개선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20㎞ 고도에서 소실돼 군 당국이 실패 가능성을 열어둔 두 번째 미사일 역시 ‘새로운 형태의 시험발사’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핵탄두 탑재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한미일을 같은 시간에 공격하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우리 입장에선 군사대응의 선택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브리핑에서 “모든 (북한의) 미사일은 핵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며 철저한 경계태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