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화승총이 화력의 전부… 미얀마 시민군 "장마철 시작, 무기 지원 절실" 호소

입력
2022.05.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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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까지 우기, 시민저항군 작전수행 위기 
화력 지원 약속한 NUG는 국제사회에 SOS

미얀마 군사정부에 맞서고 있는 시민저항군이 화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유한 무기가 수제 화승총뿐인 상황에, 우기까지 시작돼 제대로 된 전투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군부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측은 국제사회에 무기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25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가잉과 마궤주(州)에서 활동 중인 4개 시민군은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군에 대항하기 위해 모인 인적 자원은 충분하지만 그들과 싸울 때 필요한 총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NUG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A지역 시민군의 경우 70명의 소대원 중 30~40명만이 현지에서 '투미'로 불리는 사냥용 수제 화승총을 보유했을 뿐, 나머지 병력은 개인 화기조차 없다고 한다. 이에 총기가 없는 병력은 사제 폭탄을 만들어 정부군 초소와 진격로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력 부족은 미얀마가 이달부터 10월까지 우기인 까닭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1880년 독립을 위해 영국군과 맞설 당시 개발된 투미는 노끈에 불을 붙여 실탄을 발사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시민군이 사냥으로 갈고 닦은 정교한 투미 사격술로 정부군을 괴롭혀 왔으나, 우기에는 이마저도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보 탄 마인 카인주 시민군 사령관은 "장마철에 투미가 물에 젖으면 사용할 수가 없다"며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정부군과 계속 싸우려면 NUG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민군의 악전고투에 NUG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당초 NUG는 올해 3월까지 시민군에 무기 지원을 완료하려 했으나, 군부의 강력한 국경 단속과 기금 조성 방해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NUG 국방부 관계자는 "군부가 민주화 기금을 내던 독지가들을 체포하고 자택에 불을 지르는 등 더 악랄한 방식으로 압박해 오고 있다"며 "완전한 화력 지원은 어렵더라도 최대한 많은 무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 몬 NUG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국제사회에 긴급구조신호(SOS)까지 보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처럼 미얀마 민주진영도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무기 및 금전적 지원을 해준다면, 군부를 더 빨리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다. SOS를 보낸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NUG에 무기 등의 지원을 약속한 국가나 단체는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