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조만간 한국 법률시장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앞세워 진출할 것이 명백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법률산업 주도권과 법률 데이터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정부는 법률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을 도와 법률산업의 디지털 변환을 이끌고 법률데이터를 안전하게 지켜내야 한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리걸테크(법률·정보기술) 산업 역시 지금까지 아날로그 법률산업을 발전시켜 온 법률가 단체들과 소통하면서 법률 소비자들을 위한 법률시장 소비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판례 데이터가 이미 공공데이터로서 공개되는 선진국의 경우, 이를 가공해서 큐레이션하는 판례분석 서비스, 입법부의 입법진행 상황과 향후 입법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입법인텔리전스 서비스, 법률사무소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법률클라우드서비스, 소송서류를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법률문서서비스 등 수많은 법률서비스들이 개발 및 제공되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더욱 질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도 이런 리걸테크 서비스를 이용해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게 되므로 법률시장의 디지털변환에 기여하게 된다.
우리나라 리걸테크 산업도 어느덧 30여 개가 훌쩍 넘는 기업들이 '로톡', '로폼', '모두싸인', '헬프미' 등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 중 로톡의 형량예측 서비스는 30만 건의 형사판결을 분석하여 본인의 형사사건이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형량을 선고받게 되는지 통계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사건분석 인공지능이 결합되어 국민들에게 기존에 없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리걸테크 산업의 진가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를 변호사와 같은 법률전문가가 활용하면 고급스러운 소송전략을 설계해 줄 수 있게 된다.
법률시장에서 정보비대칭 문제는 의뢰인뿐 아니라 공급자 사이에서도 큰 문제이다. 청년 변호사들은 고객 인맥과 지명도 면에서 대형로펌과 비교할 수 없는 열세에 있고, 고액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 리걸플랫폼은 청년 변호사가 효과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고객들은 열정 있고 실력 있는 변호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리걸인공지능은 전문가인 법률가들에게 효과적인 검색과 분석툴을 제공함으로써 법률서비스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법률전문가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어 소비후생이 증가하게 되고, 브로커의 암약을 퇴치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리걸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B2C, B2B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대면 위주의 아날로그 산업인 법률시장이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언택트, 비대면 중심의 서비스로 우선 전환될 것이다. 물론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이 조만간 한국 법률시장에도 인공지능 플랫폼을 앞세워 진출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므로 이는 법률산업과 법률데이터의 주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적어도 빅테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리걸테크 기업을 빠른 속도로 키워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법률가 단체가 속히 협력해야 할 상황이다. 디지털마켓의 필수재인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와 아닌 국가는 디지털 경제전쟁에서 패권국이 되느냐 속국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