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검찰이 친러시아 성향 이고리 도돈 전 대통령을 국가반역 혐의로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몰도바로 진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안보 불안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몰도바 검찰청 대변인은 이날 반부패검찰청과 정보보안국이 도돈 전 대통령의 자택 등 12곳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72시간 동안 구금했다고 밝혔다. 도돈 전 대통령은 2019년 몰도바 전 국회의원이자 갑부 사업가인 블라디미르 플라호트뉵에게서 당시 여당인 사회주의자당 운영 자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도돈 대통령이 2019년 6월 플라호트뉵이 소속된 민주당 당사에서 돈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큰 검은색 비밀봉투를 넘겨받은 모습이 담겼다. 몰도바 검찰청 대변인은 “도돈 전 대통령에게 소극적 부패 행위, 범죄조직으로부터 정치자금 수수, 불법 축재, 국가반역 혐의가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몰도바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로 꼽히는 도돈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20년 대선에서 친서방 성향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에게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주의자당을 이끌면서 현 정부의 친서방 정책이 에너지 가격 급등과 안보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친러파 전 대통령이 정부 흔들기에 앞장서면서 몰도바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말 러시아군 고위급 인사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 목표 가운데 하나는 동부와 남부를 완전히 장악한 뒤 (몰도바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밝혀 위기감이 더 고조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도돈 대통령 구금 사태와 관련 “몰도바 내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 발전을 지지하는 인사를 또다시 탄압하는 데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