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절반 이상이 영양 정보 표시 제대로 안 해

입력
2022.05.24 19:23
공주대 최미경 교수팀, 시판 밀키트 497개 분석 결과

국내 시판 밀키트 제품의 영양 정보 표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밀키트 제품의 평균 가격은 1만5,000원을 밑돌았고, 평균 조리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최미경 공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2021년 9월~2022년 1월 대형 마트 등에서 판매 중인 밀키트 제품 497개의 표시 상태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한국에서 시판 중인 밀키트의 식품표시 특성과 영양 표시를 통한 영양 함량 평가)는 동아시아식생활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조사한 전체 밀키트 중 영양 성분을 표시한 제품은 45.9%(228개)로 절반에 미달했다.

영양 표시율은 음식 유형 중 밥류가 가장 높았고(62.5%), 부식류(48.3%)·국탕류(45.6%)··면류(37.0%) 순이었다. 보관 형태에 따라선 냉장 제품의 영양 표시율(48.9%)이 냉동 제품(46.1%)보다 높았다.

시판 밀키트 제품의 가격은 평균 1만4,670원이었다. 평균 1.9인분으로 판매됐고, 중량은 571.3g, 조리시간은 10.5분이었다.

평균 조리 시간은 밥류(21.2분)가 국물류(11.4분)·면류(11.1분)·부식류(8.8분)보다 길었다. 영양 표시가 있는 224개 제품의 평균 열량은 100g당 129㎉, 1인분당 393㎉였다.

성인이 한 끼에 700~800㎉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밀키트 제품 하나의 열량은 한 끼 열량으론 많이 부족한 셈이다.

시판 밀키트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313㎎이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 제한량(2,000㎎)의 60% 이상으로, 나트륨은 혈압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최미경 교수는 “시판 밀키트 제품 중 국탕류·면류·냉동 제품 나트륨 함량은 성인 기준 나트륨 충분 섭취량(1,500㎎)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며 “1회 분량당 나트륨 함량이 높은 라면(1,606㎎)·어패류(1,774㎎)와 비슷했다”고 했다.

한편 밀키트(meal kit)는 식사 세트라는 의미로, 손질된 식재료와 정량의 양념을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소분해 조리법과 함께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레시피 박스(recipe box) 또는 쿠킹 박스(cooking box)라고도 한다. 밀키트 제품은 손질된 정량의 신선한 재료로, 첨부된 설명서를 보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점에서 조리 자체가 필요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조리 과정만으로도 음식이 준비되는 기존 가정 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HMR)과 구분된다.

HMR와는 달리 밀키트는 소비자가 직접 요리해야 하며, 음식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2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2020년 1,882억 원으로 100배 가까이 성장했다. 대기업도 본격적으로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2025년에는 7,25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1년).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