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코로나19 재유행과 원숭이두창 유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윤석열 정부의 방역·의료 사령탑은 여전히 공석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다 6·1 지방선거 일정까지 겹치면서 복지부는 당분간 장관 없이 일해야 할 분위기다.
24일 복지부는 조규홍 제1차관과 이기일 제2차관이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직원들의 공직기강 확립을 당부했다.
전날 밤 정 후보자가 지명 43일 만에 사퇴한 데다, 당분간 장관 자리가 비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인사청문회 리스크를 감안하면 지방선거 이전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을 가능성, 이후 후보 지명과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논란이 컸던 만큼 사퇴를 예상했지만, 부처 장관이 있는 것과 없는 건 큰 차이"라고 전했다.
감염병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만큼 새 후보자도 정 후보자와 같은 의료진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 시절 코로나19에 잘 대처했다는 이유로 지명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간 윤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보건·의료, 병원행정 전문가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 후보자로 윤도흠 차의과대 의무부총장과 인요한 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등이 거론된다. 윤 부총장은 세브란스병원장과 연세대 의료원장 출신으로 병원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장을 지낸 인 전 총재는 오랜 기간 의료 봉사하며 사회 발전에 공헌했다. 윤 대통령 취임식 때 국민희망대표 중 한 명으로 대통령 내외와 단상에 올랐다. 대통령직인수위 산하 코로나19대응특위에서 활동한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연금 개혁을 위해 연금 전문가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를 발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12.1이 국내에서도 조용히 퍼지고 있고, 원숭이두창 유입도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국내에서 BA.2.12.1 감염자가 13명, BA.4 1명, BA.5 4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BA.2.12.1 감염자 중 3명은 지역사회 전파를 통해 감염됐다.
BA.2.12.1은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전파력이 20% 강한 변이로, 미국에선 확진자가 7주 연속 증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BA.4와 BA.5가 지배종이 됐다. 영국도 조만간 지배종이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내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는 처음으로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낮음'으로 평가됐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의 감염 위험은 적지만, 해외 감염 확산에 따라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5월 이후 미국과 유럽 등 18개국에서 감염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며 "국내 발생에 대비해 전국 시·도 검사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