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이 국내에 37조 원을 투자한다. 신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해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유통과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투자다.
24일 롯데지주는 신성장 사업으로 점찍은 건강(헬스·웰니스), 모빌리티를 포함한 핵심 사업군에 5년간 총 37조 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롯데지주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큰 대규모 매장을 늘리고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을 공식화한 롯데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도 추진한다. 또한 향후 10년간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약 2조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올해 초에는 700억 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도심항공교통(UAM)이 새로운 먹거리다. '에어택시'라고도 불리는 UAM은 차세대 교통망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2040년까지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올해 실증비행을 목표로 잡았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UAM 사업을 위해 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거점을 기반으로 지상과 항공을 연계할 것"이라며 "호텔이나 마트 등을 활용한 충전 인프라 사업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에도 더욱 공을 들인다. 롯데케미칼은 5년간 수소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1조6,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자원 선순환 트렌드에 맞춰 재활용 및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에도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한다.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그룹 화학사업군은 설비 확대와 생산성 증대를 위해 7조8,000억 원 투자 계획도 세웠다.
유통사업군은 8조1,000억 원을 들여 상권 확대 및 고용 창출에 앞장선다.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지에서 추진하고, 롯데백화점 본점이나 잠실점 등 핵심 지점은 차례대로 리뉴얼한다. 제타플렉스, 보틀벙커 등 특화 매장도 늘린다.
롯데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신동빈 회장의 의지다. 유통사업에 집중하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1위를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미래지향적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