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에 쇠사슬을 묶어 키운 어린 코끼리는 어른이 된 후 부실한 줄에 묶여 있어도 탈출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줄을 끊을 힘은 충분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누적된 실패 경험 때문이죠. 노력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학습 효과로 인해 코끼리는 달아나지 못한다는 것. 심리학계에서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합니다.
동물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람들도 아무리 애를 써도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그 일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체념해버리죠. 가령 범죄 사건에서 용의자가 허위 자백을 하고 누명을 쓰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언뜻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거짓말을 해도 모자란 상황에 거꾸로 불리하게끔 거짓말을 한다니 말입니다.
이는 심리학 관점에서 볼 때 학습성 무기력 상태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상대해주지 않자, 무슨 일을 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과 무기력에 휩싸이게 된 것이죠. 통제할 수 없었던 '상황 그 자체'보다 미래의 상황에 대해 통제할 수 없을 것이란 '통제감에 대한 상실'이 무기력을 초래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이 반복되면 의욕 상실, 열등감, 우울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습된 무기력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행동 치료 또는 인지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통제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맞서려면 성공 경험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바라는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자기효능감'이 생기면서 무기력을 이겨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