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 정상은 유엔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안보리 개혁이 실현될 때 일본이 상임이사국을 맡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려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일본은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세계 3번째 경제대국이자 유엔 기여금 순위 2위라는 점을 앞세워 오래전부터 상임이사국 진출을 꿈꾸어 왔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규탄 결의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면서 안보리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브라질, 인도와 함께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던 일본에는 호기인 셈이다.
1945년 창립 당시 51개국에 불과하던 유엔 회원국이 현재는 193개국으로 확대되는 등 기구 위상이 바뀌면서 변화의 요구가 높은 건 사실이다. 상임이사국 5개국의 일방주의적인 행태를 제어하고 지역적으로 불균등한 권한 배분에 문제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보리 개혁 문제와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상임이사국 확대는 별개 문제다. 특히 일본은 위안부 강제동원 등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 역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시도 등으로 주변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유엔이 2차 대전 이후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창설된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과거사 문제 반성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시기상조다. 징용피해자와 위안부 배상 소송 문제 등으로 경색돼 있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추진 노력과는 별도로 윤석열 정부 역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