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장애인 코로나 치명률 23배… 추경 배제 부당"

입력
2022.05.23 15:20
"추경호 장관, 장애인권리예산 편성 거부" 비판
100인 이상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48.5% 감염
"탈시설·이동권 보장, 내년 본예산엔 반드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의 탈시설, 이동권 등을 지원하는 장애인권리예산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취지에 맞지 않다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추경 편성의 주된 취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인 만큼, 비장애인보다 20배 이상의 치명률을 보인 장애인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까운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올해 3월 말 기준 100인 이상 대규모 장애인 시설에서 거주자의 48.5%가 감염됐다"며 "감염 장애인의 치명률은 3.7%로 비장애인(0.16%)보다 23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안전을 위해선 긴급 탈시설 예산이 필요하지만 담당 상임위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그간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 릴레이 삭발식을 통해 탈시설, 이동권 보장, 평생교육지원 등이 포함된 장애인권리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추경 편성 논의가 시작되자 해당 예산을 추경에 반영해달라며 지난주부터 용산역 인근을 행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경안에서 해당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탈시설 관련 예산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았고, 평생교육 예산은 '2023년도 본예산 반영이 필요하다'며 부대 의견으로만 반영됐다. 1,612억 규모의 특별교통수단 관련 예산은 담당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추 장관은 지난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해당 예산들은 추경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반영을 거절했다.

전장연은 국회가 추경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2023년도 본예산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기재부는 5, 6월에 다음해 예산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실링(Ceiling) 작업을 하는데, 여기에 장애인권리예산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기재부와 진지한 협의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추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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