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나선 애플...中압박 동참에 국내 기업 여파 '촉각'

입력
2022.05.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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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중국 생산기지 인도·동남아로 다변화"
바이든 아시아 순방 중 '中 압박' 힘 싣기
국내기업들, '탈중국' 여파 예의 주시

애플이 아이폰을 포함한 자사 주력 제품의 핵심 생산 기지로 알려진 중국으로부터 이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원천 확산 방지를 선언한 중국 정부의 고강도 봉쇄령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 지역의 순방 목적을 '탈중국'에 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도 고려한 포석이란 관측이다.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아이폰 등의 위탁생산 기지를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라 불릴 정도의 고강도 코로나19 봉쇄정책을 펼침에 따라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외신 등은 "애플이 이전부터 (미·중 갈등을 고려해) 중국이 아닌 지역으로 제조 기반 다각화를 모색했다"며 미·중 패권 갈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달 "계속해서 공급망 최적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애플은 스마트폰 라인업인 아이폰과 휴대용 컴퓨터(태블릿PC)인 아이패드, 노트북 제품인 맥북 등 주요 제품의 90%가량을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다.

미국의 IT 간판 기업인 애플이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 중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시동을 걸면서 글로벌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우리 정부가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적극 참여하기로 한 만큼, 각종 생산시설과 원재료 조달에 대한 중국 의존도 낮추기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IPEF는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경제 공급망에서 배제시키려는 경제전략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고심은 깊다. 우선 반도체업계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현재 주요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반도체 원자재인 크립톤과 크세논, 네온의 중국 의존도는 각각 26%, 11%, 70%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크세논의 중국 의존도는 한 자릿수였고 네온은 67%였다. 산자부 관계자는 "크립톤, 크세논, 네온 등 반도체 제조공정용 희귀가스 관련, 업계는 중국과 미국 등의 대체공급선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업계도 국제 정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현지 업체인 비보가 19.7%로 1위에 오른 가운데 오포(18.0%)와 애플(17.9%) 등이 뒤를 따랐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진출이 시급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탈중국' 분위기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압박이 거세질 경우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양한 요인이 고려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전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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